병사 2명, 두달前 자살 징후 보였지만.. 상부에 보고 안돼

유동근 기자 2014. 8. 13.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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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심병사 관리 또다시 도마 위에

육군 28사단 소속 병사 2명이 휴가 중 자살하는 등 관심병사 관련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허점투성이인 군의 병사 관리 체계에 비판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11일 숨진 이○○(23) 상병과 이△△(21) 상병은 각각 B급, A급 관심병사였다. 이△△ 상병이 메모에서 '죽이고 싶다'고 언급한 김모(20) 상병 역시 A급 관심병사다. 12일 육군 3군사령부 직할부대 사격장에서 자살한 윤모(21) 일병 역시 A급 관심병사다.

◇이틀 사이 관심병사만 3명 사망=이○○ 상병과 이△△ 상병의 자살 징후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이들은 군 복무에 어려움을 겪어 각각 8회, 7회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이○○ 상병은 지난 5월 인성검사 때 '자살 예측' '복무 부적응' 판정을 받았다. 이△△ 상병도 지난해 인성검사에서 '자살 충동'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2월 복무 부적응 병사를 대상으로 사단급 부대에서 운영하는 '비전캠프'에 입소했고, 이△△ 상병은 7월 군단급 부대의 '그린캠프'까지 입소했지만 완전히 치료받지 못했다.

특히 이△△ 상병은 지난해 10월 부대에서 자살을 시도했고 11월에는 탈영 뒤 붙잡혀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문제가 심각하자 6월 초쯤 부대에서 현역복무 부적합 심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어머니의 반대로 무산됐다.

육군은 "두 병사의 자살이 예고됐었지만 선임병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상병이 6월 말쯤 후임병사에게 "8월 휴가 때 이○○ 상병과 동반자살하려 한다"고 말해 이 후임병사가 분대장에게 보고했으나 분대장이 간부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일병을 포함해 이틀 동안만 관심병사 3명이 자살했다. 이들은 이미 자살 가능성이 크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군은 별도의 관리를 지시하지 않았다.

◇자살 동기와 메모에 거론된 김 상병은 누구?=군 수사 당국은 두 상병의 검시 결과가 '목매어 사망'으로 나옴에 따라 이들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모들도 부검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군 수사 당국은 아직 뚜렷한 자살 동기를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이△△ 상병의 다이어리에서 '견디기 힘들다.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내용과 같은 생활관에 있는 김 상병을 거론하며 '야 XX ○○○, 진짜 XXX 죽이고 싶다'고 쓴 메모를 확보했다. 이△△ 상병의 휴대전화 메모에서도 '긴 말씀 안 드립니다. 지금까지 너무 힘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는 글이 발견됐다.

군 당국은 김 상병과의 관계가 이들의 자살 원인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그를 조사 중이다. 김 상병도 '복무 부적응' '극도로 소심함' 등 사유로 관심병사로 분류돼 있다. 현재 몸이 아파 국군양주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국방부 보고서에 나온 이△△ 상병의 정신과 상담 내용도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보고서에는 '평소 강한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고,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적혀 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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