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겁만 내지 말고 적극 치료 힘 모아야"

2015. 3. 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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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인 첫 에볼라 구호 의료진 정상훈씨

"시에라리온 등 서부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감염자의 사망률이 한때 90%에 이르렀지만 세계 의료진의 적극 개입으로 지금은 50%대로 떨어졌다. 무조건 겁만 내지 말고 함께 힘을 모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의사인 정상훈(43·사진) '국경 없는 의사회' 구호 활동가는 4일 <한겨레>와 만나 에볼라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씨는 국경 없는 의사회가 시에라리온 카일라훈에 세운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지난해 11월 말부터 5주간 환자를 진료했다. 한국인 의사로는 처음이다. 국경 없는 의사회는 100여명의 에볼라 환자가 입원해 치료받을 수 있는 이런 센터를 기니·라이베리아 등 3개국에 모두 8곳을 운용한다.

에볼라 환자 진료 환경은 녹록지 않다. 30도를 웃도는 폭염 탓에 보호복을 입으면 장화 속이 땀으로 출렁거린다. 한번 보호복을 입고 진료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50분이다. 그는 "날이 너무 더워 오래 일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특히 진료 뒤 너무 지치고 더워 보호복을 빨리 벗으려 하는데, 이때 보호복에 묻은 환자의 체액 등에 닿아 감염사고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에볼라는 증상을 관리하는 치료로 완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혈압·당뇨·에이즈처럼 에볼라도 고열이나 탈수 증상이 생기면 열을 떨어뜨리거나 수액을 보충하는 식으로 치료하면 된다는 것이다. "에볼라 환자는 말라리아 등 다른 병에도 감염된 경우가 많다. 이때는 항생제 등을 쓰기도 한다. 이런 치료로 환자 상태가 나아지면 환자의 면역력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이겨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서 시에라리온 파견"30도 넘는 폭염에 보호복 땀 흥건서둘러 벗다가 감염사고 난 경우도""고혈압·당뇨처럼 관리되는 질병국제사회, 자국 유입 막는 데만 급급의료진 개입하니 사망률 절반 줄어"

에볼라 환자의 운명은 발병 뒤 2~3주면 결정된다. 완치든 사망이든. 국경 없는 의사회가 치료한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의 사망률은 50%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한때 90%에 이르던 에볼라 환자의 치사율이 이렇게 낮아진 이유로 정씨는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를 첫손에 꼽았다. 아울러 "사람의 면역계가 바이러스에 적응하고,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는 사람의 사망과 함께 사라져가고 대신 숙주인 사람을 더 오래 살리는 바이러스가 살아남은 현상이 에볼라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아이들의 죽음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 할 때는 고통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했다. 20~30대의 젊은이들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임신부와 어린아이들의 희생이 더 컸던 탓이다.

그는 40여년 전에 처음 발견된 에볼라 바이러스가 지난해 갑자기 창궐한 데에는 서아프리카 지역에 급증한 현대식 이동 수단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본다. 그는 "시에라리온·기니·라이베리아 등 3개국이 걸쳐 있는 카일라훈에 최근 오토바이 수입이 크게 늘었다. 빠른 이동 수단의 확산으로 에볼라 전파 속도도 그만큼 빨라졌다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가 국제사회의 늑장 대처를 비판하는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작용했다. "이 지역의 에볼라 유행은 세계화의 이면이다. 다른 나라들은 이동 수단 등 상품을 수출하는 데만 관심을 뒀지 질병 문제는 무관심했다. 막상 에볼라가 확산되자 대부분의 국가는 국제적인 공동 대응에 나서기보다 바이러스의 자국 유입을 막는 데만 몰두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씨는 뒤늦긴 했지만 한국 등 많은 나라가 현지에 의료진을 파견한 걸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면서 그곳 주민이 스스로 질병 예방과 치료에 나설 수 있도록 의료 인력과 시설·장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다수의 언론이 망자의 주검을 씻는 장례의식을 에볼라 확산의 원인으로 꼽으며 이를 미개하다고 비판하는 데 그친다. 에볼라가 체액으로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주검을 씻기 전후에 손을 잘 씻거나 장갑을 끼는 예방법을 잘 알려줬다면 지금과 같은 유행은 막을 수 있었다. 오랜 내전으로 교육체계가 망가진 나라에서 이런 예방법을 시행하는 건 쉽지 않다."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유행은 최근 주춤해졌고 사망자도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더불어 세계인의 관심도 줄고 있다. 그는 "에이즈나 기아는 물론, 당장 모기장도 구할 수 없어 말라리아에 걸릴 정도로 아프리카엔 보건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들이 건강과 관련한 사회 안전망을 갖출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다음 구호 활동에 앞서 국내에서 잠시 쉬고 있다. 그는 "진료 활동을 갈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겠지만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다시 가겠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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