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변사체? 믿는 사람도 있어요?" 초유의 불신사태

박소연|신현식 기자 입력 2014. 7. 29. 05:38 수정 2014. 7. 29.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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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변사체 불신사태 上]검경·국과수 과학적 근거 발표해도 못 믿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유병언 변사체 불신사태 上]검경·국과수 과학적 근거 발표해도 못 믿는 이유는]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 정밀 감식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그거, 믿는 사람도 있어요?"

'유병언 변사체'를 둘러싼 의혹이 확산일로다. 지난 22일 경찰의 변사체 신원확인 1차 발표에 이어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식결과까지 일주일간 공식발표가 이어졌지만 사인규명에 실패하며 의혹은 커지기만 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변사체 발견 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유대균씨 등 주요 피의자들이 줄줄이 검거되면서 정황상 음모론이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정부 발표 '조작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병언 변사체'를 둘러싼 불신과 음모론은 일부 SNS나 온라인커뮤니티에서의 소수 의견을 넘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왜 '죽어도 못 믿는' 걸까.

◇"죽어도 못 믿어…안 믿기니까"

시민들은 정부 발표가 상식적으로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조모씨(28·여)는 "안 믿는다기보다 '안 믿어진다'에 가깝다. 너무 어이없지 않나"라며 "타이밍도 웃기고 시체가 썩을 때까지 발견 못했다는 것도 이상하고 별장 근처서 발견하고 신원확인 한 번 제대로 안 했다는 것도 다 이상하다"고 말했다.

검경이 현상금을 5억원이나 걸고 수개월간 찾아 헤맨 희대의 용의자가 돌연 사체로 발견됐는데 40일간이나 인지도 못하고 있었다는 경찰 발표는 사실여부를 떠나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다. 초동수사 실패로 점철된 경찰 발표와 연이은 정정 해프닝은 불신을 부추겼고 '코미디다', '조작이다', '잘 짜인 시나리오다'는 비웃음을 샀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 후 수많은 정보를 습득해 각기 유병언 일가에 대한 스토리를 구축하게 된 국민들은 더욱 발전된 음모론도 제기하고 있다. 심모씨(40)는 "뭔가 덮어야 할 게 있어서 그동안 시간을 벌었던 게 아닐까. 유 회장이 숨겨둔 돈이 얼만데 그렇게 죽을까. 정치권에 유 회장 돈이 꽤 들어가지 않았겠냐"라고 반문했다.

정부의 여론조작 전력도 불신을 부채질했다. 김모씨(27)는 "국정원이 나서서 댓글 조작하는 나라인데 산 사람 1명 죽은 사람 만드는 게 어려운 나라일까 싶다"라고 말했다.

◇"초동수사 실패가 부른 불신…억울하다"

경찰과 국과수는 초동수사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끝없는 불신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실만을 말하려 노력했고 의혹에 대해 과학적으로 적극 해명했는데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22일 당시 순천경찰서장은 "우리가 완벽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반백골 시신에서 천신만고 끝에 2번 실패 후 지문 채취한 게 맞고, 과학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5일 국과수는 DNA검사결과뿐 아니라 치열과 머리뼈, 넙적다리뼈를 비롯해 발견 당시 시신사진까지 공개하며 변사체가 유병언일 수밖에 없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국과수는 불과 열흘 만에 시신이 백골화된 미국 테네시대학 연구사례를 공개하는 등 의혹해명에 전력을 다했다. 일반 추정과 달리 근육이 이완되면 시신이 반듯하게 누울 수 있으며 저체온 상황에서 도리어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과학적 이유도 들었지만 믿어주지 않는 분위기다.

국과수의 한 교수는 "시신이 아직 국과수에 있고 직접 보니 외관상으로도 지문, DNA검사 결과로도 유병언이 확실한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조작은 불가능하다"며 "원래 장기 훼손 등의 이유로 사인불명 판정이 나는 경우는 많다. 양심을 걸고 사명감으로 사서고생하는 국과수 의사들이 뭐가 아쉬워서 국가 조작에 동원되겠나"라고 말했다.

사체 발견이 세월호 사건 전이라는 주민들 증언 등 각종 '설'도 알고 보면 신빙성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곽문준 순천경찰서 형사과장은 "4~6월달 서면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이것 한 구뿐이고 6월12일 이전에 신고 접수된 게 없는 걸 어쩌란 말이냐"며 "평소 같았으면 근거 없는 진술로 무시했겠지만 사안이 중대하니 보강수사할 예정"이라며 답답함을 표했다.

◇믿고 싶은데 안 믿긴다? VS 안 믿을 준비는 되어있다?

전문가들은 유병언 사체를 둘러싼 초유의 불신사태는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불신의 원인은 국민들이 우매해서가 아니고 국가가 이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확실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탓"이라며 "사건 처리과정에서 자꾸 중요한 단서들을 놓치다보니 국가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사람들마저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끼고, 그러다보니 의심이 계속 커져 사실이 아닌 것마저 마치 사실처럼 유포되는 사태까지 이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정부 발표를 합리적으로 따져보기보다 무조건 부정하려는 태도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국과수 부검에 참여한 한 교수는 "시신 바꿔치기해서 모든 정황을 끼워 맞추거나 그 많은 국과수·검경 관계자들이 복합적으로 거짓말을 할 순 없다"며 "대부분 반박주장의 근거가 불합리적인데 무슨 말을 해도 안 믿겠다는 사람들까지 설득할 순 없다. 이제 논란이 (유병언 진위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때"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똑같은 유전자를 가질 확률은 수십억분의 1"이라며 "과학적으로는 맞다고 판단되더라도 워낙 진행되는 상황들이 극적이고 반전을 거듭하는데다 정부불신도 강하니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심리도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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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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