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一家 수사] 유병언, '세월호' 사흘 후 海外자녀들에 "귀국 말라" 지시

인천 2014. 7.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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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유병언(兪炳彦·73) 전 세모그룹 회장 도피를 기획한 구원파 신도 일명 '김엄마' 김명숙(59)씨와 유씨 운전기사 양회정(55)씨의 부인 유희자(52)씨가 28일 검찰에 자수하면서 유 전 회장 일가(一家) 비리 수사도 막바지로 다다르고 있다. 이제 국내에서 검거되지 않은 주요 인물은 운전기사 양씨밖에 남지 않았다. 유 전 회장 자녀와 측근 등 세모그룹 비리와 관련된 수사의 핵심 인물들은 모두 해외 도피 중이다.

◇핵심 피의자는 모두 해외에

국내에서 도피 중인 검찰의 주요 검거 대상이 대부분 체포되거나 자수하면서 해외 도피자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모그룹의 경영 비리와 관련해서는 지난 25일 체포된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씨보다는 차남 혁기(42)씨와 장녀 섬나(48)씨의 범죄 혐의가 더 크다. 이 때문에 대균씨는 '깃털', 혁기씨가 '몸통'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균씨의 배임·횡령 범죄 혐의는 99억원이지만 혁기씨와 섬나씨는 각각 559억원과 492억원에 달한다. 두 사람을 체포해 수사할 경우 범죄 액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혁기·섬나씨는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해외에 머물러 왔다. 섬나씨는 지난 5월 말 프랑스 수사 당국에 체포돼 국내 송환을 위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현재로서는 언제 국내로 송환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적인 사법공조 관행에 따르면 빨라야 올해 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혁기씨는 사실상 유 전 회장의 종교적 후계자로도 꼽힌다. 장남 대균씨가 조각가로서 활동해온 반면 혁기씨는 국내외 구원파 종교 행사에 참석해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져왔다는 게 구원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검찰은 미국과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동안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씨 검거에 정신을 쏟는 바람에 혁기씨 등의 소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혁기씨 소재를 모른다"고 말했다. 검찰이 인터폴에 적색수배(가장 높은 등급의 수배)를 요청할 당시 혁기씨는 미국에 머물렀지만 이미 미국을 떠나 멕시코 등 제3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4월 말 해외에 머물고 있는 유 전 회장 자녀와 측근들에게 세 차례 걸쳐 자진 귀국을 종용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4월 19일 금수원 회의에서 장남 대균씨는 물론 해외에 머물던 자녀들에게도 "검찰 통보가 있어도 귀국하지 말라"고 도피를 직접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혁기씨와 더불어 해외 도피 중인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와 김필배(76) 문진미디어 전 대표의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이들은 유 전 회장의 재산을 관리해온 측근 중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검찰은 미국 수사 당국과 공조해 최근 김혜경씨의 미국 소재지를 확인했지만 김씨는 이미 자녀들과 잠적한 상태였다.

◇김엄마·유씨 조사 내내 눈물만

유 전 회장 도피를 도운 혐의로 지난 15일부터 공개수배된 김엄마와 운전기사 양회정씨의 아내 유희자씨가 28일 자수한 것은 유 전 회장 사망 소식과 검찰의 '자수 선처' 약속이 계기가 됐다.

김 엄마는 유 전 회장이 지난 5월 3일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으로 도피할 당시 동행했던 인물이다. 유 전 회장이 검찰에 쫓겨 송치재 별장을 떠나기 직전까지 금수원에서 도피를 기획·총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유 전 회장이 사망한 날짜로 추정되는 5월 27~28일쯤 금수원을 나와 함께 도피 생활을 해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들은 경기도와 서울의 구원파 신도 집 여러 곳을 돌아다녔고, 가장 최근에는 서울 태릉의 구원파 신도 집에 머물렀다. 김엄마 등 두 사람은 이날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자신들이 도피를 적극 도왔는데 결과적으로 유 전 회장이 사망한 것에 대해 여러 감정이 뒤섞인 듯 보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자수한 김엄마를 상대로 검찰이 송치재 별장을 수색했던 지난 5월 25일 이후 유 전 회장의 동선에 대해 캐물었지만 김 엄마는 "그때부터 유 회장 측과 연락이 끊겼다"고 진술해, 유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은 미궁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엄마는 유 전 회장 사망 사실도 "TV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유 전 회장의 도피 조력자로 마지막 남은 운전기사 양씨가 검찰이 불구속 수사 선처 시한인 이달 말까지 자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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