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전불감증이 롯데의 '그룹 DNA?'

김지훈 입력 2014. 12. 18. 15:40 수정 2014. 12. 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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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말많고 탈많던 제2 롯데월드에서 결국 인명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롯데측은 지난 10월 임시개장 후 바닥균열 논란에는 '디자인'으로, 아쿠아리움 누수에는 '종종 나타나는 현상'으로 넘겼다. 또 상영관 진동과 스크린 떨림 현상에는 '음향 파동'으로 아슬하게 위기를 모면해오던 참이었다.

그러다 지난 16일 오후 제2롯데월드 콘서트홀 공사 현장에서 비계 해체 작업을 하던 30년 경력의 인부 1명이 추락사 했다. 아니나 다를까 롯데측은 이 사실이 외부에 새 나가자 사고의 실체보다는 '축소'에 초점을 맞춘 듯, 기민하게 움직였다.

현장 관계자들은 119가 아닌 지정병원에만 사고 소식을 알렸다. 롯데 측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소방서에 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관할 경찰서에는 사고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방호원들도 신속하게 대응했다. 콘서트홀로 연결된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방호원들이 투입돼 취재진들의 접근을 막았다. 아쿠아리움 누수 논란 당시 취재진들의 접근을 막지 못한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빈틈이 없었다.

홍보 관계자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사고 발생 직후 취재진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현장과 동떨어진 제2롯데월드 홍보관에서 브리핑을 준비했다.

"홍보관에서 사고 관련 설명이 있을 예정"이라는 롯데 관계자의 말이 마치 '홍보관에 오지 않고 계속 콘서트홀 앞에 서 계시다가는 '물'을 먹으실 겁니다'라는 말로 들리기도 했다.

다행히 롯데 측의 바람과는 달리 브리핑은 콘서트홀 공사장 현장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김치현 롯데건설 대표이사부터 협력업체 현장소장까지 누구 하나 명쾌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왜 119에 신고를 하지 않았는지, 생명줄과 안전고리 착용 여부를 확인했는지, 발견 당시 의식이 있었던 부상자에 대한 응급조치는 어떻게 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는 '파악 중'이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시는 롯데시네마와 아쿠아리움에 대해 사용제한 조치를 내렸다. 또 인명 사고가 발생한 콘서트홀의 공사를 중단시켰다. 임시개장 승인 2개월 만의 행정처분이다.

바닥 균열부터 아쿠아리움 누수까지 잇단 논란에도 크게 문제 삼지 않던 서울시가 태도를 바꾸자 롯데 측은 다음날 외부기관 정밀안전진단 등을 골자로 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제2롯데월드의 일부 시설이 영업에 대한 사용제한 조치가 내려진 다음날 이원우 롯데물산 사장 등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들은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사과와 함께 "철저한 진단 및 보완"을 약속했다.하지만 공사장 인부 사망 사고가 발생한 당일, 기자들을 사고 현장이 아닌 홍보관에 불러모아 '다과회'를 베푸는 롯데측의 행태는 심각한 문제로 비춰진다. 사건의 실체를 가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씁쓸하다.

롯데가 이 같은 '그룹 DNA'를 걷어내지 못한다면 제2롯데월드에 드리워진 집단적 안전불감증은 어떤 형태로든 또다시 위협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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