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2롯데월드 논란 2라운드] 차수벽 세운 뒤에도 지하수 늘어.. 건물 침하 우려 커져

백상진 기자 2014. 8. 18.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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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땅 침하'서 건물 자체 안전성으로 옮겨붙은 논란

제2롯데월드 안전성 논란이 제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제기된 지반 침하 가능성은 싱크홀이 발생한 주변 지역의 문제였다. 그러나 서울시 내부 회의에서 건설현장의 급격한 지하수 유출에 따른 부동침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제2롯데월드 타워를 지탱하는 지반은 77층을 짓는 2년7개월간 11㎜ 내려앉은 것으로 확인됐고, 같은 기간 벌어진 지하수 유출 현상은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는 급격한 지하수 유출

전문가들은 제2롯데월드 타워 지반의 침하 정도가 설계기준(35㎜) 안에 머문다면 문제가 크지 않다고 본다. 건물 무게만 75만t이나 되는 터라 어느 정도 내려앉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그 지반 밑에서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급격히 유출되는 지하수다.

2009년 11월 완성된 제2롯데월드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터파기 과정에서 지하수가 유출될 것이며 이로 인해 인근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지고 주변 지역 지반이 침하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하수 유출 차단 효과가 큰 철근콘크리트 벽체를 공사부지 외곽에 쌓았다. 환경영향평가서도 지하수 유출이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겠지만 차수벽 시공이 끝나면 지하수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하수 유출량은 하루 평균 239t에서 터파기 완료 후 105t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유출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11년 6월만 해도 83t에 불과하던 하루평균 지하수 유출량은 올해 450t으로 늘어났다. 예상치의 4배가 넘는다. 가장 효과적인 지하수 유출 방지책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차수벽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차수벽이 손상됐을 가능성, 차수벽 아래의 깨진 기반암을 통해 물길이 형성돼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서울시도 분주해졌다. 서울시는 이런 지하수 흐름이 제2롯데월드 지반과 건물 자체에 불규칙한 압력을 가해 부동침하를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더라도 배수용량(하루 1350t)을 넘어서는 지하수가 계속 유출될 경우 역시 건물 균열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지하수가 건물과 지반 곳곳에 균등한 압력을 가할 경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부에만 높은 압력이 가해지면 지반이나 건물이 기울어지는 등 변형될 수 있다. 이미 잠실 일대에는 크고 작은 싱크홀이 여럿 발견됐지만 명확한 원인은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한서대 토목공학과 박인준 교수는 "지하수 흐름이 급변해 구조물에 불균등한 압력을 가하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지하수 유출의 원인을 밝혀내는 게 급선무다.

잠실의 연약한 지질구조

환경영향평가서는 이 지역 기반암이 단층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 깨진 형태로 나타나며 매우 불량한 암질 상태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과거 한강의 일부였던 이곳은 한강 모래와 흙이 15m 이상 쌓인 퇴적층이어서 물이 통과하기 쉽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투수계수(물이 통과하는 정도)는 일반적인 지반보다 100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질자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석촌호수를 중심으로 한 잠실 지역은 대부분 퇴적층이 넓게 형성돼 있고, 대표 암석은 흙·모래·자갈이다. 강남구 등 한강 이남의 다른 지역과 달리 퇴적층이 유독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제2롯데월드 건설 부지를 비롯해 싱크홀이 발생했던 석촌동 방이동 일대는 모두 비슷한 지반 형태를 갖고 있다. 지하수 유출이 갈수록 심해진다면 주변 지역은 그에 따른 지반 침하 위험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지는 걸 막기 위한 한강물 유입량도 늘고 있다. 석촌호수 수위저하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11월에만 약 20만t의 한강물을 쏟아부었고 이후에도 월평균 10만t 이상을 호수로 유입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전만 해도 유입량이 5만t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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