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의 위기, 정부·이통사는 책임없나?

2014. 7. 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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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이 위기다. 자칫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 팬택은 어떻게든 법정관리는 막고 싶은 입장이다. 주사위는 던져진 상태다. 팬택 채권단은 3000억 원을 출자전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기엔 조건이 있다. 이통3사가 1800억 원에 대해 출자전환을 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통 3사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종 결정 시한은 14일까지다. 14일이 지나면 법정관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팬택의 위기는 전적으로 팬택의 책임이 크다. 팬택은 이미 워크아웃을 겪은 바 있으며, 졸업한 지 26개월 만에 다시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두 번째 위기임에도 팬택의 기술력을 보고 채권단은 법정관리가 아닌 워크아웃을 선택했다. 하지만 2분기 이통 3사의 영업 정지로 말미암아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이통 3사에게 출자전환을 요구한 1800억 원. 왜 팬택은 이통 3사에게 빚을 진 걸까? 1800억 원은 이통사가 벌인 보조금 전쟁으로 발생한 금액이다. 즉 제조사가 단말기에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하는 판매장려금을 말한다.

소비자는 이통사의 보조금과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을 합친 금액을 단말기 보조금으로 받게 된다. 할부원금 0원이 나올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늘려 공짜폰, 마이너스폰을 푼다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 올해는 유난히 보조금 대란이 많았는데, 그만큼 제조사도 돈을 썼다는 말이다. 특히 2분기 영업정지가 예정되면서, 1분기에는 대란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걸핏하면 과도한 보조금이 살포되었다.

2013년 말 베가 시크릿 업을 내고 새해를 맞았지만, 팬택은 보조금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여기에 3월부터 5월까지는 이통 3사의 순차 영업 정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었고, 재고는 쌓여갔다.

팬택은 매출의 90% 이상이 국내서 나온다. 이런 탓에 영업정지는 팬택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휴대전화의 판매는 이통사 손에 놓여 있는 탓에, 이통사가 영업정지를 당하면 제조사는 단말기를 팔 수 없다. 2월엔 팬택 임원이 이런 사정을 담은 건의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팬택은 야심 차게 베가 아이언 2를 5월 중순 시장에 내놓으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6월 이통 3사가 팬택으로부터 구입한 스마트폰은 단 한대도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통신 3사가 보유한 팬택 제품 재고는 70만 대, 약 5000억 원어치다. 추가 구매를 하지 않은 이유다.

▲ 지난 5월 야심차게 내놓은 베가 아이언2

현재 팬택의 부채는 9900억 원. 이통 3사의 출자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부채는 5100억 원으로 절반가량이 된다. 팬택은 이렇게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면, 몇몇 투자 유치도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충분히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팬택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영업정지 조치에 대해 조금 더 신중했으면 어땠을까? 이통사 또한 무의미한 보조금 전쟁을 자제할 순 없었을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어쩌면 지금의 상황까진 안 왔을지도 모른다. 도의적인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음에도 정부나 이통사 모두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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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기자(tk@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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