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한국에 살았다면 그 또한 관심병사

최영경 기자 2014. 7. 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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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한국에 살았다면 그 또한 관심사병(병사)!' '결손가정, 경제적 빈곤자 관심사병 분류는 명백한 인권침해!'

심명옥(44·여)씨와 최형숙(43·여)씨가 장맛비를 맞으며 들고 있는 패널에 쓰인 문구다. 이들은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가정환경만을 이유로 관심병사로 분류하는 군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다.

부모의 결별과 재혼으로 조부모 손에서 자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군대에 입대했다면 그 역시 '관심병사'로 분류됐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각각 17세, 9세 아들을 키우는 한부모가정의 가장인 심씨와 최씨는 최근 총기 사건으로 알려진 관심병사의 분류기준을 알고 나서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이들을 포함해 한부모 및 미혼모 단체 등으로 구성된 '한국한부모연합' 회원들은 이달 말까지 같은 자리에서 매일 오전 8시부터 한 시간씩 1인 시위를 할 계획이다.

군은 적응이 힘들거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병사를 A급(특별관리대상), B급(중점관리대상), C급(기본관리대상) 관심병사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자살 계획·시도자와 사고유발 고위험자는 A급, 결손가정(한부모가정), 경제적 빈곤자(기초수급자), 성 관련 규정 위반자, 성격장애자, 구타·가혹행위 우려자는 B급이다.

관심병사 지정의 취지는 군생활 적응이 힘들거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병사를 보호·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문제 병사'라는 낙인찍기로 왕따 등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심씨 등은 "성격장애자 등과 한부모가정 자녀를 같은 기준으로 분류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군 생활 적응 여부와 상관없이 가족 형태나 경제적 수준, 성적 취향으로 구분해 낙인찍는 편의주의적인 발상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분류기준의 '결손가정' 표현은 부부 중심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빠져 다른 형태의 가정을 비정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분류기준은 하나의 이정표일 뿐 현실은 지휘관의 상담과 관찰, 성격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며 "지적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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