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전쟁' 될까 오바마는 두려워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입력 2014. 8. 22. 09:59 수정 2014. 8. 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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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론자로서 이라크에 대한 미군 재투입을 일관되게 반대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결국 냉엄한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졌다. 반정부군인 '이슬람국가(IS·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가 이라크 북부의 친미 쿠르드 자치정부까지 위협하자 개입의 칼을 빼든 것이다. 오바마는 8월7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회견에서 "미국은 세계의 분쟁에 일일이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이번 경우만은 도저히 외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2011년 12월 이라크에서 미군을 완전 철군시킨 지 2년8개월여 만에 재개입을 선언한 것이다.

오바마가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쿠르드 자치주 산간 지역에 고립된 야디족 주민에 대한 구조 작업이다. 무슬림도 기독교 신자도 아닌 야디족의 경우, IS가 8월3일 이들의 주거지인 북부 신자르 마을을 급습하자 약 10만명이 탈출 행렬에 나섰다. 미처 피하지 못한 수천명은 인근 산악지역으로 대피했지만 생필품이 끊겨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 오바마의 개입 명령이 떨어진 뒤 미군은 이들에게 식료품과 생수, 의약품 등을 공수하는 한편, IS의 추가 진격을 차단하기 위한 제한 공습에 나섰다. 미국 국방부는 해병대와 특수전 병력으로 구성된 130명의 비전투용 군사 고문단을 8월12일 추가로 파견했다. 이라크에는 이미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과 아르빌(쿠르드 자치주 수도. 인구 150만여 명) 소재 미국 총영사관을 보호하기 위해 병력 775명이 배치되어 있다. 이번 추가 파병으로 이라크 내 미군은 1000명 선을 넘어섰다.

ⓒAP Photo 미군이 야디족 주민들에게 구호 물품을 나누어주고 있다.

하지만 야디족 구출작전이 개입 결정의 전적인 이유는 아니다. 사실 오바마는, 두 달여 전에 이미 이라크 정부의 개입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한사코 개입을 거부해왔다. 이런 와중인 8월6일, IS는 아르빌에서 남서쪽으로 40㎞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해 쿠르드 민병대와 격렬한 공방전을 벌였다. 아르빌에 총영사관이 있는 미국 정부로서는 '제2의 벵가지 사태'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었다. 벵가지 사태란, 2012년 9월 리비아 벵가지 소재 미국 총영사관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부터 폭탄 테러를 당해 미국인 4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부상한 끔찍한 테러 사건이다.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와 백악관 안보 관료들은 8월6일 밤 아르빌 턱밑까지 진격한 IS의 군세와 야디족의 대량학살 가능성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사태의 절박함을 이해한 오바마는 보고받은 다음 날인 8월7일 이라크에 대한 재개입을 선언했다.

지상군 파병될 경우 확전은 불가피

현재 최대 관심사는, 미국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야디족 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다. 미국 행정부 관리들은 야디족 주민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생필품 공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어떻게든 야디족이 IS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탈출 통로를 뚫어야 한다는 것이다. < 뉴욕 타임스 > 는 8월13일 고위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 당국이 야디족 피란민들을 구조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 차원에서 미국 지상군 투입도 포함된 계획을 구상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지상군이 '야디족 탈출로 확보'를 명분으로 쿠르드 지역에 파병될 경우 확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IS 대원들이 민간인 복장을 하고 야디족 피란민 속에 숨어들어 미군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미군이 희생되면, 다시 더 많은 지상군을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4500명에 이르는 미군 희생자와 3만2000명에 달하는 부상자를 낳은 이라크 전쟁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일으킨 '부시의 전쟁'이었다. 하지만 오바마가 전투 목적의 지상군 투입을 결정하는 순간 '부시의 전쟁'은 '오바마의 전쟁'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반전론자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큰 정치적 부담이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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