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 美이라크 공습 딜레마..'피의 보복' 갈수록 과격해져

남민우 기자 2014. 8. 21. 14: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알카에다보다 더 잔인하다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19일(현지시각) 미국의 공습에 대한 보복을 명목 삼아 미국인 기자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미국 등 서방국들의 테러 억제 노력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IS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이라크 공습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IS를 '암(癌)'이라고 부르며 "암을 적출 해내기 위해서는 중동 지역 국민의 도움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프랑스, 독일 등 서방국들도 일제히 비난 성명을 내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미국 정부를 거들었다.

하지만 IS 측이 동영상 끝 부분에 다른 미국 기자의 목덜미를 붙잡고 미국이 공습을 멈추지 않을 경우, 그를 참수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서방 측의 고민은 깊어져 가고 있다. 최근 미군이 살해된 제임스 폴리 기자를 구출하는 작전을 벌였지만 목표지역을 잘못 잡아 실패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국가 역량을 쏟아 부으며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알카에다가 아닌 또 다른 극단주의 세력이 중동 판세를 흔들어 놓을 정도로 진화하는 결과로 나타나면서 이라크 등 중동에서 벌어지는 분쟁이 쉽사리 종식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 "개종하지 않으면 죽음뿐"…외국인 지하디스트도 내세워

미국 인터넷 매체인 바이스뉴스는 이달 초 IS 소속 병사들을 3주간 동행 취재하며 이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1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 5편을 공개했다.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구성된 이 영상을 보면, 아홉살 벨기에 출신 소년도 등장해 "이슬람교도들을 죽이는 유럽인들은 믿을 수 없다. 지하디스트가 되고 싶다"고 밝히는 등 IS 소속 전투 요원들이 유럽 등 서방국에 품는 적개심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IS는 올 초부터 아랍계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성전'에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적극적으로 선전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호주에서는 지하드에 참전 중인 시드니 출신 테러리스트 칼레드 샤루프의 어린 아들이 시리아군 병사의 목을 양손으로 든 사진이 일간지에 실리면서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IS는 최근 일본인 납치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국적을 불문하고 무차별로 테러를 일삼고 있다. 자금줄이 될 만한 유전지대와 국경지대를 장악하려고 다른 이슬람 반군들과 전투까지 벌이는 극단적인 성향도 보이자, 알카에다는 올해 초 IS를 파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병력 5만명에 달해"…美 현상금 1000만달러 걸어

극단주의 노선을 고집하는 IS를 이끄는 아부 바크르-바그다디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알자지라 등 일부 중동 매체를 종합해보면, 그는 1971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약 125km 떨어진 사마라에서 태어났고, 바그다드의 이슬람대학교(현 이라크대학)에서 이슬람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2011년 그에게 현상금 1000만달러를 걸어놓은 상태다.

올여름부터 세력을 빠르게 넓히기 시작한 ISIS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다수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반미 감정이 고조된 게 탄생의 계기가 됐다. 2006년에는 알카에다 계통 세력의 분파인 '이라크·이슬람국가(ISI)'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했으며, 약 3년 전쯤부터 알카에다의 명성을 등에 업고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로 이름을 바꿨다.

ISIS가 세력을 키운 데는 미국 정부의 군사·외교 전략이 수포로 돌아간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애초 사담 후세인 정권이 국제 테러집단을 몰래 지원한다는 첩보를 믿고 이라크를 침공했다.

하지만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이후에도 알카에다와의 협력 관계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하자, 미국 정부는 전략을 바꿔 이들 테러 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조직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이마저도 2011년 미군이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하면서 중동 지역의 테러 세력을 뿌리 뽑는다는 목표는 결국 실패로 돌아간 셈이 됐다.

시리아 부근 유전을 장악하며 세력을 키워온 ISIS는 올해 6월 모든 이슬람교인들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포하면서 이름도 '이슬람국가(IS)'로 재차 개명하며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영국에 거점을 둔 조사기구인 시리아 인권 관측기구(Syrian Observatory for Human Rights)에 따르면, 현재까지 IS는 총 5만명의 병력을 모았으며, 이라크에서 위세를 떨치면서 지난달에만 6000명을 모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60%가 시리아계 이슬람교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