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학규의 정계은퇴와 야당 재건

2014. 8. 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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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손학규의 정치무대 퇴장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대선을 도모해온 그였으니 어찌 아쉬움이 남지 않겠는가. 하지만 가야 할 때는 가야 하는 법이다. 그는 패배 다음날 훌훌 털어버리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고 작은 미련도 남기지 않았다. 들고 날 때가 분명한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손학규의 용퇴는 야권의 진로와 관련해 여러 가지 깊은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책임정치의 자세에서 그렇고 당과 정치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차원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야권이 자신의 정계은퇴를 계기로 새롭게 거듭나달라는 당부다.

손학규의 은퇴는 일차적으로 세대교체와 연관지어 해석할 수 있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 정치에서도 새로운 인물과 세력을 충원하는 정당만이 혁신을 이뤄내고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다. 십수년 전 당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 여전히 중심축에 머무르며 '그 나물에 그 밥의 정체된 정당'이란 느낌을 주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야권의 혁신 논의가 인적 쇄신, 중진 퇴진 따위의 대안 없는 인물교체론으로만 쏠리는 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특정 정치인을 찍어내려는 권력투쟁으로 변질하기 쉬울뿐더러 의도와 달리 7·30 재보선 참패의 본질을 흐릴 수도 있다.

손학규의 퇴장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고 새로운 인물을 키워내고 이들이 당을 주도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구조를 창출해서 제도화하지 못하면 새정치연합은 앞으로도 영영 '낡고 늙은 정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야권의 신진세력 부진의 원인은 계파간 담합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계파의 수장들은 국회의원 공천 과정부터 깊숙이 개입하며 제 식구를 챙기는 데 급급했다. 금배지를 다는 순간부터 낡은 계파질서에 편입된 젊은 정치인들은 줄서기를 강요당하며 독자적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자생력을 키우지 못했다. 이번 재보선에서도 야권의 발길을 꼬이게 한 시발점은 공천 난맥이었다. 계파 수장들의 입김으로 연판장이 난무하고 육탄전까지 벌어지면서 공천은 국민 뜻에서 멀어져 갔다. 이제 '손학규 계파'는 사실상 해체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를 계기로 야권에서 '계파 패거리 정치'의 병폐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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