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바라 본 권은희 광주 전략공천.."독박 쓴 건 맞는데"

입력 2014. 8. 1. 18:38 수정 2014. 8. 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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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참패 원인 권은희 공천 파동에 "광주 시민 무시", "역할에 따라 평가 달라질 것"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상처뿐인 영광'

광주 광산을 권은희 당선인에게 붙여진 수식어다. 새정치민주연합 공천 파동의 물결이 권은희 전략공천으로 시작됐고 선거는 야당의 참패로 끝을 맺었다.

국정원 댓글 사건 내부 고발자로 좌천되고 사표까지 낸 그에게 새정치민주연합은 손을 내밀었다. 그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반대편에서는 보은 공천이라고 비난했다. 권은희 당선인 스스로도 당장 정계 진출 뜻이 없다고 밝혔지만 결국 당의 전략공천을 수용했다.

문제는 전략 공천 지역이었다. 광주 광산을. 정치는 명분 싸움이다. 권은희 당선인의 광주행은 고향을 빼고 다른 명분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밀어붙였다. '천정배 전 의원 죽이기'라는 당내 강한 반발을 일으켰고 두 공동대표의 자기 사람 심기라는 비난이 나왔다.

6. 4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대표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윤장현씨를 광주시장 후보로 전략 공천했고, 광주시민들은 그를 시장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당시 광주 민심은 강운태 전 시장이 싫어 윤장현 시장을 선택했다는 여론이 많았다.

그런데 또다시 자기 사람 심기로 보이는 전략공천을 단행하면서 광주 시민을 무시하고 있다는 여론이 일었다. 광주를 계파정치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었지만 당 지도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권은희 당선인의 광주 전략 공천은 나비효과처럼 연달아 공천 갈등을 일으켰다. 원래 광주 광산을에 출마하려고 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동작을로 올려보내면서 허동준 전 동작을 위원장이 우정까지 배신한 당의 공천이라며 반발했다. 여러 논란을 겪고 동작을 지역은 결국 노회찬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전략공천에 광주 시민들은 투표장에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전국 15곳 선거 지역 중 광주 광산을의 투표율은 22.3%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권 당선인이 당선되긴 했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권은희 당선인도 "연이은 공천문제로 당원들과 광주시민들이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주권자인 광산구민의 마음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데 있다"고 말했다.

호남 민심은 권은희가 당 지도부의 희생양이 됐다고 전했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이 권은희를 망쳐놨다는 얘기이다. 그의 당선이 색을 바라면서 향후 권은희 역할도 큰 기대를 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모씨는 "천정배 전 장관은 광주 전남에서 디제이 후계자인데 이를 제끼고 김한길 안철수가 권은희를 꽂은 것"이라며 "광주시장 윤장현씨도 강운태 시장이 싫어서 뽑아준 것인데 이번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자기사람 심는다고 천정배 전 장관을 제낀 것은 광주 시민들을 무시한 것이고 의도 자체가 불순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선승민씨(31)는 "투표율만 보면 광주시민들이 그래 니들끼리 그냥 해먹어라고 한 것"이라며 "권은희 개인에 대한 이미지는 굉장히 좋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권은희 연고지가 이쪽이라고 해서 보냈겠지만 경선 없이 판을 나쁘게 만들어버렸다"고 말했다.

선씨는 "안철수가 망친 것이다. 광주시장 선거 결과를 보고 전략 공천에 자신감을 얻고 과욕을 부린 것"이라며 "합당할 때 안철수가 광주를 내놓으라는 소문이 많았고 윤장현씨를 줬는데 수월하게 이겨버려서 이번엔 자신감을 얻고 밀어붙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 7·30 재보궐선거 광주 광산 을 국회의원 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후보가 30일 당선이 유력해지자 후보 사무실에서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이 호남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한다면 분노의 표심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 6. 4 지방선거에서 박삼용 새누리당 후보는 광주 광산구 가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새누리당 소속이 광주에서 기초의원으로 당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달성씨는 낮은 투표율과 관련해 "얼마나 실망했으면…웬만하면 광주 지역 시민들 투표율이 이 정도로 낮지 않았다"며 "언론에서는 많이 떠들었는데 실망감이 커서 선거 분위기가 확 떨어졌다. 대안이 없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은 것으로 표현이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씨는 "권은희씨가 국정원 댓글을 파헤치는 활동을 하고 다음 총선에 비례로 가던지 수도권으로 갔으면 크게 키울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덥석 받아버렸다라는 얘기도 많이 돌았다"고 전했다.

반면, 전략 공천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도 있다. 광주에서 대학을 다녔고 현재 수도권 시의원으로 있는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사실 권은희를 공천했던 것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국면 전환이 필요해서 한 것 아니냐"며 "권은희를 얻었고 11명(나머지 선거 지역) 몫을 할 것인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권은희 당선인의 역할에 따라 공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새정치 관계자는 "잘못된 공천은 아니라고 본다. 다른 곳에서 선전하지 못해 권은희가 독박을 쓴 것"이라며 "충분히 자격이 있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자기가 잘났다는 식으로 하면 잘못된 공천이겠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권은희 당선인을 동작을에 보냈다면 명분도 살고 수도권 승리의 상징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실제 권 당선인이 당내 기반이 없기 때문에 권 당선인을 동작을에 전략공천을 했다면 더욱 말이 많아지고 승리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광주 광산을의 낮은 투표율도 자신의 표가 후보의 당락을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투표 열기가 떨어진 것일 뿐이고 권 당선인의 득표율이 50%대 밑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가 늦었지만 나름 선전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관계자는 "노력해서 단계를 밟아 출마한 정치인이 아니고 공천을 거저 먹은 것은 맞다"면서 "향후 의정활동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파헤치고 역할을 잘하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것보다 큰 수확을 얻을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이고, 민주당도 이걸 가지고 계속 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정국 주도권을 잡으면 좋지만 대충하면 그 나물에 그밥이라는 평가와 함께 다음 총선 때 공천을 받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권은희 당선인이 다른 계파 진영의 경계를 받을 수 있고 다음 총선에서 또다시 공천 파동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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