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7·30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한 새누리당 내부에서 김문수(사진) 전 경기도지사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새누리당에서 유일하게 손해를 본 여권 유력 정치인이 김 전 지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새누리당이 힘들 때 김 전 지사가 도와주지 않았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31일 "김 전 지사의 불출마 선택은 부메랑이 돼 본인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그의 향후 대권 행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고 관측했다.

김 전 지사는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줄 것을 요청하는 새누리당의 간곡한 요구를 뿌리쳤다. 새누리당은 7·30재보선 이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들에 10% 포인트 이상 앞선 김 전 지사 카드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가야 할 길이라면 가시밭길이라도 마다치 않지만, 가지 말아야 할 길이라면 비단길이라도 안 간다"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결국 나경원 의원으로 선회했고, 나 의원은 재보선에서 정의당 노회찬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김문수 없이도 새누리당이 이길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 김 전 지사의 가장 큰 실책"이라고 평했다.

새누리당으로 복귀할 절호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도 있다. 언제 국회의원 재보선이 실시될지 알 수 없다.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얼마 안 돼 지도부로의 입성도 쉽지 않다. 당분간 당 밖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회나 당 지도부로 복귀하지 않고 대권을 준비하기에는 한계도 있을 수 있다.

물론 김 전 지사 측도 할 말이 없진 않다. 김 전 지사는 서울 동작을 선거캠프에 자신의 핵심 참모들을 대거 보내 나 의원의 당선을 도왔다. 김 전 지사 자신도 경기 수원·평택·김포 등을 돌며 새누리당 후보들의 당선을 돕기 위해 발로 뛰었다. 그의 한 측근은 "김 전 지사의 불출마 선택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은 순수한 결정이었다"면서 "김 전 지사를 삐딱하게 보는 새누리당 인사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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