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왜 야당을 버렸나]김한길·안철수, 사심 공천.. 선거 전략도 없고 야권 연대엔 무책임

구혜영 기자 2014. 7. 3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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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능한 리더십

7·30 재·보궐선거를 통해 확인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주소는 참혹했다. 민심은 야당을 버렸다. 정부·여당을 견제할 제1야당 자격도, 수권 정당에 대한 기대도, 세월호 참사를 해결할 대안 세력 위상도 모두 부인했다. 뿌리인 민주당부터의 역사 이래 최대 위기다.

재·보선 하루 뒤인 31일 새정치연합은 온종일 충격파에 덮였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총사퇴에 이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새정치'를 간판으로 출발한 중도보수 성향의 김·안 동거 체제는 4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정세균계 의원 등 10여명이 조찬 회동을 하는 등 계파 간 갈등 움직임도 다시 꿈틀거렸다. 당내에선 "손을 쓸 수가 없다"는 자괴감이 쏟아졌다.

사실상 '존재의 이유'를 부정당한 새정치연합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그 답은 리더십 실종, 분열적 계파 갈등, 말뿐인 혁신, 보수 우위의 우리 사회 구조적 모순 등에서 찾을 수 있다.

▲ 권은희·기동민 '치명타'… 사람·노선·명분 다 잃어세월호·인사 등 국정 난맥 견제 못하고 여론 눈치만130석 가진 거대 제1야당 자멸하며 최대 위기 봉착

무엇보다 민심을 잃은 정당의 시작과 끝은 무능과 사심으로 사람도, 노선도, 명분도 다 잃은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다.

김·안 체제는 선거의 출발인 공천부터 한계를 고스란히 노정했다. '사천(私薦)' 논란이 대표적이다.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을 배제하고, 광산을 경선을 준비하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서울 동작을로 올리는 등 '돌려막기' 전략공천 논란은 치명타가 됐다. 동작을 경선에서 배제된 금태섭 전 당 대변인을 경기 수원정에 공천하려다 거부당하기도 했다. 차기 당권(천정배)·대권 경쟁자(박원순 서울시장)를 견제하기 위한 사천이란 비난까지 흘러나왔다. 두 대표는 공천 파동의 책임을 당내 486 세력에게 전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무능'했다. 재·보선 내내 전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 관계자는 "선거는 세월호로 치르려 하면서 핵심 공천은 권은희로 하니 도대체 공천 시그널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무책임'했다. 선거 막판 정의당과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됐지만 두 대표는 그 과정에서 뒷짐만 졌다. 후보 결단으로 돌려진 단일화는 시기도 늦어졌고, 힘도 받지 못했다. 동작을의 기동민 후보를 지지한 사표 1400표는 결과적으로 승패를 바꿀 표수였다.

공천 난맥으로 당의 중요한 정치 자원은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경기 수원병에서 낙선한 손학규 상임고문은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김포에서 고배를 든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었다.

당의 정책 노선과 전략도 정체불명으로 '지리멸렬'했다. 세월호 침몰, 인사 파동, 유병언 수사 난맥 등 정부의 무능이 도드라진 '3대 참사'를 견제하고 교정하라는 민심을 담아내지 못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국정에 대한 야당의 태도는 줄창 여론 눈치에 끌려다니는 대중추수주의였다. 무엇 하나 스스로 기획해서 주도하는 것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1990년 거대 여당 민주자유당(218석)을 상대한 야당은 71석의 평화민주당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3일간 단식투쟁으로 지방자치법을 쟁취했다.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는 79석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역대급인 130석이다. 제1야당 무능은 고스란히 국민 불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차디찬 국회의사당 바닥에서 18일째 단식 중이다.

<구혜영 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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