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장성 요양병원, 소화기를 '잠긴 캐비닛'에 보관"

장성 | 강현석 기자 2014. 6. 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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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전 '바닥 처짐' 현상에 장성군 "이상 없음" 판정도보건소 안전점검에서도 이상 발견 못해.. 총체적 부실

방화로 추정되는 불로 21명이 숨진 전남 장성 노인요양병원이 소화기를 잠금장치가 된 캐비닛에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 바닥이 내려앉는 등 붕괴 조짐까지 있었지만 사고 1주일 전 안전점검을 벌였던 장성군 등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내린 것으로 밝혀져 부실 진단 비난이 일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일 불이 난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별관 2층 곳곳에 놓여 있어야 할 소화기 8개가 잠금장치가 된 캐비닛 속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관련법에 따라 2층에는 11개의 소화기를 배치해야 했지만 병원 측은 3개만 간호사실 앞 복도에 꺼내놓고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흉기로 사용할 우려가 있어 캐비닛에 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건물은 바닥이 내려앉는 등 붕괴 조짐도 있었다. 경찰은 2008년에 지어진 지하 1층, 지상 2층인 이 건물을 조사하면서 1층과 2층에서 바닥이 건물 벽에서 3㎝ 정도 내려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일부 병원 직원은 경찰에서 "건물 바닥이 자꾸 꺼져 붕괴 등이 우려돼 불안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병원은 최근 이뤄진 자체점검과 관계기관의 안전점검에서 모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보건복지부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9일 자체안전점검을 벌인 뒤 장성군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장성군 보건소도 지난달 21일 전남도의 지시로 이 병원을 직접 찾아 소화기 구비 여부 등 7개 분야 31개 항목에 대해 안전점검을 했지만 역시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정기 소방점검과 안전점검 등에서 왜 이 같은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간호사로부터 "의사의 지시를 받아 일부 환자들의 손을 침대에 결박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화재 당시 손이 묶인 환자가 있었는지, 보호자의 동의를 받았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장성 |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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