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터미널 화재 한 달째 "기업들 사과 한번 없었다"

박소연 기자 2014. 6. 2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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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社 이해 복잡하게 얽혀.."건물주 맥쿼리 無대응" 논란

[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7개社 이해 복잡하게 얽혀…"건물주 맥쿼리 無대응" 논란]

지난달 2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고양종합터미널 지하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소방당국은 지하1층 푸드코트 공사현장에서 용접작업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목격자에 따르면 화재 발생 10초 만에 연기가 가득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랐다. 지하1층 근로자들은 모두 대피했으나 불이 난 줄 모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 이들 중 1명이 사망했으며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아 지상층에서 나머지 7명 사망자가 나왔다.(독자제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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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유난히 따사로웠던 지난달 26일 아침, 교사 박모씨(39)는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은 전교생이 체험학습을 떠나기로 한 날. 터미널 앞에서 같은 반 제자 김모양(16·여)을 만난 박씨는 함께 지하 1층 마트에 비상약을 사러 가기로 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 지 몇 초가 지났을까, 아래쪽에서 연기가 뭉게뭉게 깔린 게 보였다. 이미 불이 난 상태였던 것. 이들은 곧바로 뒤돌아 에스컬레이터를 거슬러 뛰기 시작했으나 1초도 안 돼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사방을 감쌌다. 의식이 혼미해졌다.

필사적으로 기어올라 터미널 입구에 닿은 박씨는 구조됐다. 김양은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아래쪽에 머리카락이 끼인 채로 공사더미에 깔려 있다가 김양의 '발'을 발견한 소방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들보다 한걸음 앞서 내려가던 아주머니는 숨졌다.

최근 서울시내 한 병원 입원실에서 만난 박씨와 김양은 힘겨운 화상치료를 견디고 있었다. 두 차례씩 피부이식 수술을 받고도 한 차례 수술을 더 남긴 상태였다. 박씨는 등과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등 몸 뒷부분에 전체적으로 화상을 입었다. 김양은 다리와 가슴부위를 다쳤다.

매일 생살에 붕대를 갈 때마다 느끼는 아픔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상처부위는 하루에도 수차례 열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이번 사고 중상자는 총 5명. 이중 터미널 2층 매표소 직원 김모씨는 뇌사상태에 빠졌다.

지난달 29일 대형 화재로 폐쇄됐다가 버스 운행이 재개된 경기 고양종합터미널에서 경찰이 화재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망자 8명과 부상자 110명을 낳은 고양버스종합터미널 화재가 26일 발생 한 달을 맞았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와 이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이가 없다. 유가족들과 부상자 가족들의 슬픔과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공사 발주처인 CJ푸드빌과 건물 실소유자 맥쿼리자산운용 등 7개 업체가 관련돼 있다. 하지만 아직 수사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단 이유로 한 달째 누구도 공식적인 책임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중 CJ푸드빌은 장례비와 치료비를 선지급했다. 하지만 유족과 부상자 가족들은 CJ 측이 사과 한마디도 없이 '실제 책임'이 아닌 '도의적 책임'을 내세우며 뒤에서 비용만 처리하는 상황에 혼란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번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신수진씨는 "우린 고양시청과 장례비와 부상자 치료비 합의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 지급주체가 CJ였다. 사고 책임자로 나서지는 않은 채 뒤에서 몰래 CJ이름으로 온갖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J는 또 부상자들의 퇴원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병원 측은 호흡기 부상을 입은 조선족 이모씨만 4인실 병실로 이동시키고 감염 위험이 있다며 지난 20일 퇴원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열악한 모텔에 머물다 하루 만에 호흡곤란을 일으켜 응급실로 실려 갔다.

고양터미널 화재 참사 유가족이 지난달 27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 사고감식 현장을 찾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유가족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밝히는 진상 규명과 합동분향소·대책본부 설치를 주장했다. /사진=뉴스1

가족들이 원하는 건 진심어린 사과와 애도의 표시다. 교사 박씨 부인은 "우린 그냥 시설을 이용하다 사고를 당했다. 어쨌든 그 건물에서 공사하다 사고가 났는데 말끝마다 '도의적 책임'이라며 뒤에서 돈만 부담하려는 게 서운하고 안타깝다"며 "사실 사과도 돈도 필요 없고 남편과 병실이 아닌 식탁에서 커피를 마시던 일상을 되찾고 싶다.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눈물지었다.

업체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7개사의 책임소재가 복잡하게 얽힌 민감한 상황에서 선뜻 사과의 뜻을 밝혔다가 자칫 책임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 특히 CJ측은 보상에 나섰다가 오히려 몰매를 맞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저희가 지하 1층 공사를 의뢰한 발주처이긴 하지만 공사 전문성이 없어 도급을 줬고 공사 안전관리는 원청인 도급사가 책임지게 돼 있다"며 "나름대로 도의적 책임을 다하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진정성이 전해지지 못했다. 초반부터 저희가 주 책임자로 언급되는 등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사망자 대부분이 발화지점이 아닌 지상 2층에서 발생해 제연설비 및 방화셔터, 화재감지기 미작동 등이 사고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건물 실소유주 맥쿼리자산운용은 단 한 번도 피해자 가족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방화시설 관리에 책임이 있는 건물주가 사고 발생 한 달이 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맥쿼리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엔 어떤 말도 조심스럽다"며 "저희도 노력하고 있는 게 있지만 여러 회사가 있는데 지금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부정적이다"며 말을 아꼈다.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수사결과 발표는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7개 업체는 이틀 내로 유가족·부상자 가족 측을 만나 사과 등 입장표명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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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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