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도 정문 보초까지 섰죠"..강동성심 '메르스 졸업'

CBS노컷뉴스 김지수 기자 2015. 7.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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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유행지' 우려 딛고 '발생 제로' 격리해제..한때 '1차 양성' 고비도
당시 173번 환자와 엘리베이터에서 조우한 접촉자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강동성심병원 제공
강동성심병원에 입원중이던 173번(70·여) 환자가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던 지난달 21일. 병원 내부에는 '올 것이 왔다'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76번(75·여) 환자가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도 들렀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달 초. 지척에 있는 강동성심병원은 '조만간 메르스 환자가 분명히 올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미 메르스 발생에 대비해 전체 원내 공기를 100%에 가깝게 밖으로만 배출하는 시스템을 최대로 가동하고 있던 상황. 직원들은 병원 출입구 바깥쪽에서 교대로 보초를 서며 내원객들을 일일히 체크했다.

이 병원 조세용 보안팀장은 "보안 직원 22명으로도 부족해 간호사나 행정직 직원들까지 조를 짜서 2교대로 정문과 후문 밖에 서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병원을 찾는 내원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해 마스크를 씌우고 손 소독을 시켰다.

지난달 6일부터 개설한 외부 임시진료소에 173번 환자가 찾아온 건 지난달 17일. 혹시 모를 메르스 환자에 대비하기 시작한 지 보름쯤 지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173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을 방문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체온은 정상이었지만 해열제를 복용했던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가 협진을 했지만 접촉력이 확인되지 않는데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도 보이지 않아 그대로 일반병실에 입원했다.

당시 임시진료소에서 내원객 문진을 담당했던 이은미(51·여) 수간호사는 173번 환자가 방문했던 순간을 떠올리다가 결국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나중에야 그 분이 메르스 양성 판정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허탈했죠. 강동구에서 이 병원만은 지켜야 한다고 전 직원이 밤늦게까지 매일 고생하고 있었는데. 방송에선 강동성심병원이 제2의 삼성서울병원 되나,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지난달 17일 강동성심병원을 찾은 173번 환자가 1층 로비 수납창구 앞에 앉아있다. /강동성심병원 제공
173번 환자는 입원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0일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 병원 메르스총괄대책본부 위원장인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173번 환자는 접촉자를 관리하는 전산프로그램에도 이름이 안 나왔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그런데 이상하게 증상이 빠르게 진행되자 호흡기내과에서 연락이 왔다"며 "접촉력은 확인이 안됐지만 21일에 격리 조치한 뒤 직원들은 레벨D 보호장구를 전부 착용하게 했다"고 떠올렸다.

병원 측은 이튿날 오전 곧바로 자체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메르스 양성 판정이 나왔다. 최종 확진을 위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검체를 보내긴 했지만, 병원 측은 자체 검사의 양성 판정을 확진으로 간주했다.

곧장 외래와 중환자실을 폐쇄하고, 환자가 체류한 병동 등을 코호트 격리했다. 그 시점이 지난달 22일 오후였다.

엄 교수는 "빨리 모든 걸 차단하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메르스에 무너진 다른 병원들을 지켜보니 대부분 초기 대응이 늦어 접촉자가 늘어나는 전형적 수순을 밟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지난 5월 27~29일 14번(35) 환자가 응급실에 머문 뒤 30일 확진 판정을, 또 이튿날인 31일 14번 환자를 통한 첫 감염 사례인 35번(38) 환자가 발생했지만 나흘이 지나서야 이를 공개했다.

그 이후 접촉자도 내원 환자만을 대상으로 좁게 잡아 감염 의심자들을 놓쳤고, 외래 등 진료를 중단하는 부분 폐쇄 조치는 2주만인 지난달 13일에야 내렸다.

강동성심병원의 경우에도 173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산된 인원만 5천명이 넘었다. 그날부터 집중관리병원에 포함됐다. 수천 명의 접촉자들 사이에서 '3차 유행'이 시작되지 않을까 맘 졸이는 나날이 이어졌다.

최대 위기는 격리 해제일을 사흘 남긴 지난 3일. 추가 환자가 발생한 정황이 나타났다. 의료진 2명이 자가격리를 마치고 유전자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역시 자가격리 해제를 앞두고 있던 이은미 간호사도 그날 해당 의료진 2명과 함께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서로 증상은 뭐 없느냐, 2주 동안 잘 지냈느냐, 이런 얘기를 했다"며 "병원에서 연락이 와 '무증상인 직원들 가운데 양성이 나왔으니 1주일 더 자가격리하라'고 하더라".

병원 직원들은 질병관리본부의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오기로 예정됐던 4일 새벽까지 기다리느라 뜬눈으로 밤을 샜다. 다행히 해당 의료진들은 2차와 3차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엄 교수는 "환자가 안 생기는 게 이상한 상황에서 끝내 양성 판정이 나오니까 무서웠다"며 "사실 환자가 안 생기고 끝난건 기적같은 상황일 정도"라고 표현했다.

강동성심병원은 7일 0시를 기점으로 격리에서 해제됐다. 가장 유력한 '3차 진원지' 후보였지만, 확진자를 단 한 명도 발생시키지 않은 채 격리 기간을 넘긴 셈이다.

하지만 잠복기와 격리 기간을 넘긴 뒤에 증상이 발현된 사례도 일부 있던 만큼, 긴장감은 여전하다.

강동성심병원은 격리 해제 이후로도 72시간의 자체 격리를 유지한 뒤, 오는 9일 이후 병원 전체를 재개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삼열 원장은 "정부가 메르스 종식을 선언할 때까지는 이번 경험을 토대로 훨씬 더 강화된 감염 예방 지침을 갖고 병원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김지수 기자] so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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