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는 '죄인'이 아니다

입력 2015. 6. 30. 16:20 수정 2015. 7. 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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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현장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걸린 뒤 지금은 상태가 호전됐지만 여전히 세균성 폐렴과 욕창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비난하다니요? 이 환자도 메르스의 피해자입니다. 주치의로서 완치 뒤 퇴원 결정을 내려야 할지 망설여지네요."

6월29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첫번째 메르스 환자의 주치의인 조준성 호흡기센터장은 8일 이후 5차례의 검사에서 이 환자한테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환자 상태를 전한 뒤 현장에 남은 몇몇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그의 낯빛이 어두웠다. 일부 누리꾼들이 이 환자한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의 댓글을 올리고 있어서였다. 심지어 한 누리꾼은 '다른 환자한테 메르스를 감염시켜 사망케 한 사람인데 정작 본인은 완치 판정을 받다니 기가 막히다'고도 했다. 조 센터장은 "감염병이 퍼지면 환자를 범죄자 다루 듯한다. 이 사람이라고 질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렸겠나? 그도 치료받아야 할 환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병에 걸린 사람은 피해자이지 책임을 물어야 할 가해자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환자는 격리병상에서 일반 병실로 옮겼지만 앞으로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 40여일 동안 누워만 있은 탓에 온몸의 근육이 약해져 제대로 걷지 못한다. 허리 쪽에는 심한 욕창이 생겼다. 조 센터장은 "주치의로서 치료를 넘어 환자의 안위까지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첫 환자뿐만 아니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많은 사람한테 메르스를 전파시킨 14번째 환자 등 이른바 '슈퍼전파자들'한테도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중병 탓에 병원을 찾았다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메르스에 감염됐고 전파자가 됐을 뿐이다. 환자를 치료해 사회에 복귀시키려는 조 센터장과 같은 의사의 마음을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

더구나 첫번째 환자와 이른바 '슈퍼전파자'한테 책임을 묻자는 일부의 태도는, 중세의 마녀사냥을 연상케 하는 '희생양 찾기'이자, 3년 전에 알려진 감염병 대처에 우왕좌왕한 정부의 방역체계 등 진짜로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을 은폐하는 데 기여할 위험이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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