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오류' 이끈 감염내과 독주에..의학계 '부글부글'
감염병 역학조사는 바이러스 전파 경로와 환자들의 감염 경위를 추적하는 조사 방법으로, 예방의학 전문의들의 전문 분야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초반 역학조사에서 이들이 사실상 배제됨으로써, 환자들의 접촉자와 노출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방역 실패를 불러왔다는 얘기다.
보건당국이 초창기부터 "밀접 접촉에 의해서만 감염된다"거나 "최장 잠복기가 14일"이라는 등의 '가설'에만 크게 의존한 것도 역학조사가 허술했던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러다보니 가설을 토대로 한 당국의 '예상'과 들어맞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조기에 감염 경로조차 파악되지 않는 환자들이 발생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많은 환자들이 방역망에서 빠져버린 셈이다.
당국은 또 줄곧 병원명 비공개 방침을 내세웠다가 혼란만 가중되자, 결국 병원명도 뒤늦게야 공개했다.
문제는 이처럼 연속된 '오판'의 주체가 주로 감염내과 전문의들로만 구성된 민관합동TF와 메르스 즉각대응팀이었다는 데 있다.
당국은 지난 15일 삼성서울병원 즉각대응팀 구성 당시 "민간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삼성서울병원의 방역을 총괄 지휘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의학계 내부에서는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예방의학 전문의들이 메르스 사태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동국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임현술 교수는 "감염병의 경우 선제적으로 대처하면서 예방하고 예측해야 한다"며 "역학 전공자의 역학조사에 따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임상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감염내과 임상 전문의들과, 감염 확산의 원인 조사를 담당하는 예방의학 전문의들은 역할이 다르므로 협력해야 할 관계"라는 것이다.
가령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감염병이 발생하면 역학조사관부터 먼저 파견한 뒤, 이후 임상의사들과 협력해 사태에 대처한다.
즉각대응팀은 병원 폐쇄권 등 메르스 방역 활동과 관련해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다.
대한감염학회의 이사장인 김우주 교수의 경우 사태 초기부터 즉각대응팀장을 맡아 당국의 방역을 주도, 총리 특보 자리를 얻기도 했다.
특히 정부 지원으로 약 700억 원 규모의 연구를 진행 중인 사업단 단장인 사실도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국은 메르스 방역에 잇따라 구멍이 뚫리자 그제서야 "시·도에 예방의학 전공의 등 61명을 긴급 확충하겠다"며, 예방의학학회 등에 인력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천병철 교수는 "사태가 나중에 확대되고 나서야 비로소 전화 등 연락이 왔다"면서 "처음부터 충분히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역학전문가들이 참여해 조사했다면 실제로 노출 환자가 적었을 것이고 유행도 조기 종식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당국은 29일에도 병원내 감염 방지활동 강화 대책 중 하나로 '감염 통합진료 수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진료 과목과 감염내과 전문의가 협력해 진료를 하는 경우, 이에 대한 수가를 신설하겠다는 취지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감염내과에 대한 편파적 특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역학 전문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대응팀 구성 당시 상시적인 감염병 대응 핵심기구가 될 수 있도록 제도화시키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CBS노컷뉴스 김지수 기자] so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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