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이 죄인?..고시원에 숨어사는 '메르스 영웅'

김종원 기자 2015. 6. 2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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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메르스와 전쟁, 그 최전방엔 의료진이 있습니다. 한쪽에선 영웅이라 추켜세우는데, 정작 의료진과 그 가족들은 감염원 취급을 당하는 게 현실입니다.

SBS 연중 기획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메르스 영웅이 고시원에 숨어 살아야 하는 현실을 김종원 기자가 짚어봅니다.

<기자>

메르스 확진자에게 노출된 신장 질환자 100여 명이 격리 치료를 받는 병원입니다.

취재를 시작하기 전 병원 관계자는 뜻밖의 유의사항을 당부합니다.

[이형래/강동경희대병원 교수 : 취재하실 때 (의료진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해 주시고, 실명공개를 안 해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헌신과 노고에 박수를 받진 못할망정 왜 신원을 감춰야 하는 걸까?

이름도 얼굴도 드러내지 못하는 의료진을 만나러 격리 병동으로 이동했습니다.

병실로 들어가기 전, 의료진은 온몸을 방호복으로 꽁꽁 싸매야 합니다.

[투석 치료 간호사 : 혈액투석은 피를 계속 만져야 하거든요. 장갑 하나만 끼면 불안해서 한 2개, 3개는 끼고 있어요. 머리카락도 나오면 안 돼요.]

이때부터 몸에 바람 한점 들어오지 않습니다.

[김 서리기 시작하죠? 지금 쓰자마자. (조금 더 지나면) 비가 오는 것 같아요, 눈앞이 전혀 안 보여요. (환자 팔에) 바늘을 찌르려고 할 때 감각으로 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병실에 한 번 들어가면 투석이 끝날 때까지 4시간가량 밖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어제는 환자 치료 중에) 막 토할 것 같고, 숨이 막히고 해서 밖으로 나왔어요. 나와서 문을 닫는 순간 (병실 안에서) 알람이 울리는 거예요. 그래서 또 막 다시 입고 들어가서 알람 처리하고 다시는 못 나왔죠. 치료 끝날 때까지. 겁은 나죠. 겁은 나지만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메르스 양성 환자가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격리된 환자들이기 때문에 이 병원 의료진은 몸을 소독한 뒤 귀가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고된 일과를 끝내도 집으로 돌아가질 못합니다.

병원에서 행정 업무를 보는 이 간호사는 2주째 아이들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엄마 보고 싶어?)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많이.]

[간호사/2주째 미귀가 : 제가 아이랑 따로 떨어져 사는 조건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로 하고 저는 지금 현재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고시원에 들어갈 때도 직업을 숨겨야 했다고 합니다.

[(의료진임을 밝히면 고시원에서) 안 받아 줄 것 같아서 그냥 직장 없다고 얘기했어요.]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의료진 가족은 따돌림을 당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지금 뭐 헬스장 같은 데, 동네 모임 같은 데 가면 아예 왕따를 당하고 계세요. 가장 고민되는 건 아이가 왕따를 당할까 봐. 나중에 평생 갈까 봐. 주홍 글씨처럼.]

이러니 의료진이 이름과 얼굴을 숨길 수밖에 없는 겁니다.

[손석한/신경정신과 전문의 : (의료진은) 희생과 헌신을 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거죠. 하지만 나는 의료진이 아니니까 그렇게 못 하겠고. (이기적으로) 오로지 자기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약간의 가능성만이라도 아예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거죠.]

[이형래/교수 : 왜 의료인인들 두려움이 없고 가족이 없겠습니까. 이런 의료진에 대한 사회적인 조금만 더 따뜻한 배려를 정말로 부탁드립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최혜영,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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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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