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최악되니 이제서야..비과학적 메르스 대처

정종오 2015. 6. 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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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구' 등 병원 이름 공개도 곳곳에 오류 투성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감염 확산을 두고 정부의 대책이 한심하다 못해 어처구니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7일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24개의 병원 이름을 공개됐다. 늦어도 한참 늦었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된 파악이 안 된 '급조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나라 행정구역에도 없는 '여의도구'가 나오는가 하면 서울에 있는 병원이 군포시에 있는 것으로 표기되는 등 오류투성이였다. 정부가 그동안 해당 병원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조차 의문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발표를 앞두고 서둘러 만들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전 세계 과학계는 이른바 '한국판 메르스'에 대한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한국판 메르스 사태를 두고 전 세계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지적한 내용은 한국 정부의 '정보와 소통 부재'를 꼽았다.

사이언스지는 한국판 메르스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한국에서 메르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확산 속도는 빠른데 특단의 대책은 없고 대책이 없다보니 공포심이 극도로 확대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현실을 그대로 강조했다.

메르스 확산으로 1000개나 넘는 학교가 문을 닫고 길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쓴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등의 공포에 빠진 우리나라 모습까지 고스란히 사이언스지는 전했다.

메르스는 현재 백신과 치료약이 없다. 이에 따라 첫 환자가 발생했다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뒤 대처해야 했다는 지적도 사이언스는 제기했다. 메르스 감염자가 매일 확산되자 과학계에서는 그 원인을 두고 의문에 빠졌다. 그동안 중동 지역 등에서도 메르스가 발생했는데 이번처럼 확산속도가 빠른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바이러스 변이를 꼽았다. 중국에 머물고 있는 한국 환자의 바이러스와 국내에서 분석된 바이러스에서는 변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과학적으로 바이러스 변이에 의한 급속 확산의 가설은 이 분석결과로 설득력을 잃었다.

두 번째로 지적된 부분이 첫 감염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가설이었다. 사이언스지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수십 명의 메르스 감염자를 조사한 결과 몇몇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었다는 통계에 주목했다.

드로스텐 독일 본 대학 바이러스학자는 "만약 첫 감염자가 상대적으로 상당히 많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었다면 감염 확률이 높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첫 감염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과 감염자가 응급실을 거쳐 간 삼성서울병원에서 대부분 2, 3차 감염자가 나오는 것으로 봤을 때 이 가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른바 '병원 내 감염'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병원 내 감염이 원인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자가 발생한 병원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이곳을 거쳐 간 다른 사람과 해당 병원에 대한 방어 시스템을 즉각 가동하는 것이 확산을 막는 첫 번째 관문이었다.

보건복지부는 감염자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6월초까지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비공개가 공개하는 것 보다 혼란이 덜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비공개를 고집하면서 감염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만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국무총리 대행)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감염자가 발생했던 24개 병원의 이름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 스스로 메르스 방어 시스템에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더욱이 24개 병원을 공개하면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게재되는 등 혼란만 가중됐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메르스는 아직 백신과 치료약이 없기 때문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두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정부의 발표를 보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대처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으로 사태가 악화되자 '허점 투성이' 병원 이름을 공개하는 등 늑장 대책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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