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8일간 일상생활..정부 늑장대응이 화 키워

2015. 5. 2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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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국 출국 의심환자 확진 파문

29일 중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44)이 지난 19일부터 8일 동안 격리되지 않은 채 국내에서 일상생활을 한 상태여서 보건당국의 관리 밖에 있는 감염자(3차 감염)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한 사람들 모두를 격리할 방침이지만, 접촉 여부가 파악되지 않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보건당국이 초기 대응 실패와 허술한 방역체계로 메르스의 확산을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에서 확진된 이 환자가 아버지를 병문안한 것은 지난 16일이고, 사흘 뒤인 19일 발열 증상이 나타났다. 다음날인 20일과 21일 잇따라 첫 환자(68)와 아버지(76·세번째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아버지와 누나(네번째 환자)는 이 환자의 병원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보건당국도 가족관계 파악 등에 소홀했다. 이 때문에 이 환자는 26일 출국 때까지 회사와 집 등을 오가면서 자유롭게 생활했다. 발열 증상이 나타난 19일부터 8일 동안 이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한 사람은 부지기수일 것으로 보이며, 이들을 모두 추적해 격리해야만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권준욱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이 환자가 접촉했을 만한 가족, 직장 동료 등을 모두 확인해 발병 여부를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이 환자가 방문한 의료기관의 의료진 10명, 직장 동료 180명, 홍콩으로 간 항공기에서 이 환자 주변에 있던 탑승객 28명을 찾아 밀접 접촉 및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항공기 탑승자 가운데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는 26명(승무원 6명, 승객 20명)에 대해서는 귀국과 동시에 인천공항검역소에 격리하기로 했다.

아버지 간병 다녀온 뒤 발열증상아무런 통제 없이 병원·회사 다녀복지부,가족·직장동료·승객 격리접촉 파악 어려워 환자 급증 우려

하지만 3차 감염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이나 회사 동료는 그나마 관리할 수 있는 접촉자들이지만 평소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이 문제다. 지금이라도 이 환자를 포함해 확진된 환자 등이 다닌 병원을 공개하고 이 병원을 다니면서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스스로 격리하고 보건당국에 신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동과 달리 첫 환자가 9명에게 메르스를 감염시켜 우리나라에서는 전파가 잘되는 변종 바이러스가 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보면 변종 바이러스일 가능성은 적다. 첫 환자가 증상이 가장 심해 감염 전파를 가장 잘 시킬 수 있을 때 무방비로 접촉했기 때문에 감염이 많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 있는 메르스 환자 9명 가운데 첫 환자와 여섯번째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부착하는 등 다소 악화된 상황이다. 나머지 환자 7명은 안정적인 상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공호흡기를 달았다는 것이 생명의 위협을 말하는 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산소포화도 등 검사 수치가 안정돼 있다. 이들도 면역력이 회복되면 치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방송>(KBS)은 지난 21일 네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취재·촬영기자 등 취재진 6명에게 2주 동안 자택에서 대기하도록 조처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또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여섯번째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10분가량 진료를 받아 의사 2명과 간호사 5명을 격리 중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성환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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