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문진한 의사마저..예상 초월한 '메르스 전염력'

CBS노컷뉴스 이재준 기자 입력 2015. 5. 27. 06:00 수정 2015. 5. 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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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1명당 4명꼴 '변이 가능성'..'3차 감염자' 여부도 주목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최초 감염 환자를 치료했던 의사 한 명도 27일 새벽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으로는 첫 감염 사례로, 국내 메르스가 유입된 지 일주일 만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전날 발열 증세 등을 보인 간호사와 의사 E(50)씨 등 4명에 대해 유전자 진단 검사를 벌인 결과, E씨로부터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이날 밝혔다.

이로써 현재까지 확진된 메르스 환자는 최초 환자인 A(68)씨와 아내 B(63)씨, 또 지난 16일 같은 병실에서 5시간가량 함께 있다 감염된 C(76)씨와 그의 딸 D(46)씨에 이어 5명으로 늘어났다.

의사 E씨는 지난 17일 의원에 방문한 A씨를 짧은 시간 동안 청진 및 문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61명에 포함돼, 지난 22일부터 자가(自家) 격리 상태에서 보건 당국의 관찰을 받아왔다.

하지만 E씨는 전날 고열과 설사 증상을 호소해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됐고,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E씨와 함께 이송돼 유전자 진단 검사를 받은 간호사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 간호사 역시 A씨가 지난 12·14·15일 잇따라 방문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채혈과 주사 치료를 했다가, 전날 고열과 근육통 등을 호소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또 '밀접 접촉자' 가운데 2명의 검체를 추가로 접수받아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E씨는 자택 격리 기간에도 아내 및 딸과 함께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 대응을 놓고 '무늬만 격리' 비판과 함께 추가 감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자가 격리된 '밀접 접촉자'들에게 △다른 가족들과 2m 이상 떨어져 지낼 것 △집안에서도 N-95 방역 마스크를 착용할 것 등의 지침을 지켜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이 실제로 이를 준수하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 양병국 본부장은 "자가 격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보건요원들을 좀더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며 "실질적 격리가 용이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격리 시설로 안내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보건당국은 또 두번째 환자인 B씨부터 다섯번째 환자인 E씨까지 모두 A씨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모두 병원내 '2차 감염'일 뿐, 지역사회 확산을 우려해야 할 '3차 감염'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이 사실이라 해도, 국내 메르스의 전염력은 이미 엿새만에 4명까지 치솟은 셈이 된다. 당국은 그동안 "메르스의 전염력은 환자 한 명당 0.69명"이라며 "2.2~3.7명까지 주변 사람을 전염시키는 사스보다 낮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메르스는 '비말 전파'로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돼 전염력이 낮다"고 선을 그어왔지만, 유독 전염력이 높은 현 상황 때문에 바이러스 변이에 의한 '공기 전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만약 60여명의 자가 격리자가 아닌 '그룹 외부'에서 감염 환자가 발생할 경우엔 '비말 전파'를 토대로 하는 현 관리대응체계의 원점 재검토까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공기 전파'에 의한 지역사회 확산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서울대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지금까지 14개국에 유입됐지만 지역사회 확산이 없었다"며 "바이러스 특성이 사람간 전파가 잘 되도록 바뀐 근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이재준 기자] zz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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