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걸린 국민..'수퍼 전파자' 만든 정부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2015. 6.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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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늦어 병세 악화.."병원밖 헤맬 때 당국 뭐했나" 비판도
보건당국이 내놓은 메르스 주요 전파자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대규모 감염을 부른 '슈퍼 전파자'는 당국의 늑장대처가 만들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3일 "주요 전파자들은 증상발현 후 확진까지 기간이 오래 걸리고, 병원에 내원했을 때 이미 폐렴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는 대한감염학회에서 메르스 확진자 중 98명을 1명 이상에게 전파한 전파자 5명과 비전파자 77명으로 나누어 대조연구 형식으로 조사한 결과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증상발현 후 확진까지 기간이 전파자 그룹은 8.2일(±1.9), 비전파자 그룹은 4.6일(±3.4)로, 전파자 그룹의 진단이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파자 그룹은 하기도(下氣道)까지 바이러스가 침투해 호흡곤란을 동반한 심한 폐렴이 진행된 공통점을 보였다.

이날 발표된 전파자 그룹에는 1차 메르스 유행을 부른 국내 최초 메르스 환자인 1번(68) 환자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2차 메르스 유행을 유발한 14번(35) 환자가 포함됐다.

또 6명의 환자가 발생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 메르스 바이러스를 노출시킨 15번(35) 환자와 대전 일대의 메르스 환자 발생의 원인이 된 16번(40) 환자도 전파자 그룹에 속했다.

이와 함께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돼 지난 1일 숨진 6번(71) 환자도 포함됐고, 이 환자는 92번(27) 환자와 사위인 88번(47) 환자 등 2명의 환자를 의도치 않게 감염시켰다.

다만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에 메르스를 퍼뜨린 76번(75·여) 환자는 조사 당시 자료 부족으로 분석에서 제외됐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이재갑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통계적 분석에 불과하지만, 의미 있는 사실이 2가지 발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폐렴 발생 환자의 경우 폐에서 바이러스 증식이 상당히 활발하기 때문에 병원 내에서 가래를 채취하는 과정 등에서 바이러스의 배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전파될 수 있는 상황들도 많이 발생할 수 있겠다고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진단이 늦어져 제대로 치료받지 못함으로써, 환자들의 폐렴이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놨다.

이 교수는 "증상 발현부터 확진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얘기는 뒤집어 말하면 너무 치료가 늦어 폐렴이 발생한 상태로 병원에 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전파자들의 근본적인 공통점은 증상이 나타난 뒤 격리될 때까지 보건당국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장시간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병세가 악화돼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아진 채로 많은 사람과 여러 장소에서 접촉할 수밖에 없었단 뜻이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인 1번 환자의 경우에도 '중동 외교'를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보건당국이 이미 3년 전부터 전 세계에 알려진 메르스를 제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후 1번 환자에게서 감염된 14번, 15번, 16번 환자에 대한 격리조치도 보건당국이 적기를 놓치면서 메르스 사태가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특히 14번 환자를 방치해 대규모 병원내 감염을 부른 것은 물론, 이를 쉬쉬해 감염된 환자들이 전국에 퍼져나가도록 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가 전염병에 걸린 국민들을 조기에 발견해 제대로 격리 치료하지 못하면서, 애꿎은 국민들만 '수퍼 전파자'란 오명을 떠안게 된 셈이다.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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