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한달> ② 환자·격리자 눈덩이..중동보다 맹위

입력 2015. 6. 18. 05:13 수정 2015. 6. 1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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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수·사망자수, 사우디 이어 세계 2위 17일 현재 누적 격리자 1만459명..울릉군 인구와 맞먹어

환자수·사망자수, 사우디 이어 세계 2위

17일 현재 누적 격리자 1만459명…울릉군 인구와 맞먹어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메르스는 발원지 중동에서보다 국내에서 더 맹위를 떨쳤다.

국내 메르스 환자수는 지난달 20일 첫 환자 발생 후 19일 만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나머지 중동 국가의 환자수를 뛰어넘었다.

동물원 외에는 낙타 한 마리 볼 수 없고, 미국이나 유럽국가들과 비교해 중동과의 교류도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이처럼 기승을 부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메르스 확산을 성공적으로 차단한 다른 나라의 사례나 국내 메르스 상황을 살펴본 세계보건기구(WHO)의 평가 내용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한달새 환자 1명→162명, 격리자 64명→6천508명

17일 오후 현재 국내 메르스 확진자는 162명이다.

중동을 다녀온 최초 환자 1명이 한 달 새 162명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사망자도 속속 나와 지금까지 모두 20명이 치료 도중 증상이 악화해 숨졌다.

유럽 질병통제센터(ECDC)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우리나라의 메르스 환자 수와 사망자 수는 사우디아라비아(환자 1천28명, 사망 451명)에 이어 전세계 2위다.

3위인 아랍에미리트(UAE)는 11일 기준 환자는 77명, 사망자 10명이다. 우리나라는 11일 이후에도 환자가 수십 명 늘어난 반면 UAE는 한 달에 1∼2건씩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추세여서 3위와의 간격은 더욱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발생자를 기준으로 한 치명률은 12.3%로, 사우디의 40% 수준보다 확연히 낮지만 여전히 치료 중인 환자가 다수라는 점에서 장담하긴 이르다.

실제로 완치 후 퇴원한 환자의 수는 계속 사망자수 증가세를 못 따라가고 있다.

한 달 동안 메르스로 인한 격리대상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첫 환자 발생과 함께 의료진과 가족 등 밀접접촉자 64명이 격리된 이후 17일 현재 격리자수는 6천508명에 달하고 있다.

이미 격리기간을 마치고 해제된 사람이 3천951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누적 격리자 수는 1만459명에 이른다. 경북 울릉군 인구 1만509명과 맞먹는 규모다.

메르스 확진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그에 맞춰 격리자 수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유럽 등과 초동대처 큰 차이…늦은 확진에 좁은 격리망

지난 16일 첫 자국인 사망자가 발생한 독일의 코르넬리아 룬트 니더작센주 보건장관은 사망 사실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사례를 거론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룬트 장관은 "한국의 사례는 메르스에 대한 체계적·협력적(coordinated) 질병관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비극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뼈아픈 지적처럼 국내 메르스 환자가 빠르게 늘어난 데에는 체계적으로 초기 확산을 차단하지 못한 방역당국의 실책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독일은 이 환자가 UAE를 여행하고 돌아와 메르스 판정을 받은 후 200명 이상의 접촉자 전원을 검사했고, 이들은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4월과 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다녀온 사람들이 각각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바로 격리된 후 곧바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완치 후 퇴원했다.

당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비행기, 버스 승객 등과 접촉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했고 단 1건의 2차 감염도 없었다.

반면 우리는 첫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11일 이후 확진을 받기까지 무려 9일이 걸렸고, 9일간 다수를 접촉하고 다녔음에도 초반 격리대상은 64명에 그쳤다.

이후 80건 이상의 3차 감염을 일으킨 14번 환자도 첫 환자와 평택성모병원에 함께 있다 감염됐으나 같은 병실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1차 격리 대상에서 빠졌다.

결국 초반에 평택성모병원 등으로 격리 범위를 대폭 넓혔다면 14번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된 줄도 모르고 다른 병원을 전전하며 대규모 추가 감염을 일으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14번 환자가 아니라 늦은 확진과 좁은 격리망으로 초동 대처에 실패한 방역당국이 '슈퍼 전파자' 역할을 한 셈이다.

◇ "해외와 다른 국내 의료시스템·의료 관행도 한몫"

최근 국내 메르스 상황 점검을 위해 방한한 WHO 합동 평가단은 소통과 거버넌스, 지방정부의 자원동원 문제 등으로 인한 초기대응 실패 외에 한국만의 독특한 병원 문화도 메르스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일부 병원 응급실이 너무 붐비고, 다인병실에 여러 명의 환자들이 지내는 등 감염예방통제조치가 최적화돼 있지 않은 데다 치료를 받으려고 여러 의료시설을 돌아다니는 '의료쇼핑' 관행이나 문명 문화 탓에 2차 감염이 더 확산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의 의료시스템과 몇몇 관행이 외국과 비교해 병원 내 감염을 더욱 용이하게 한다는 사실은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간호사 중심의 간병 체계가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또 미국 병원은 병실에 보호자용 간이침대가 아예 없고, 영국, 프랑스 등의 병원은 면회 시간이 정해져 있는 등 환자 외 보호자나 가족의 병실 방문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간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환자의 가족이나 사설 간병인이 병실에 상주하며 간병을 전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병문안객의 면회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국내 확진자 162명 가운데 36%인 58명은 이처럼 병원을 찾은 환자 가족이나 가족 이외의 문병객이었고, 간병인 감염자도 7명이나 됐다.

병원 내부가 메르스를 비롯한 바이러스 감염에 가장 취약한 곳임을 감안할 때 병원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선진 간병시스템이나 면회시스템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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