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전쟁] 삼성서울병원이 낸 명단 893명에 응급실 問病客은 대부분 빠져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2015. 6. 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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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진료자도 메르스 환자 발생.. 5월 27~29일 삼성서울병원서 무슨 일이] - 병원도 정부도 부실대응 '수퍼 전파자' 확진 이후 접촉 의료진·환자 위주 파악 당국은 손놓고 병원만 믿어 - 외래 진료자 어떻게 감염? X레이 촬영실이나 응급실 옆 화장실에서 '수퍼 전파자' 접촉 가능성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관계자는 1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나온 확진 환자 58명 중 30명(51.7%)이 관리 리스트 밖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감염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관리 리스트 밖에서 발생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관리 명단에서 제외된 환자나 방문객들이 지방에 내려가 전국에 메르스 환자를 양산하는 온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은 초기에 2m 이내의 밀접 접촉자만 관찰·격리 대상으로 삼는 안일한 판단을 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측은 메르스 환자를 접촉한 사람으로 의료진·환자를 중심으로 893명을 추렸지만, 보호자·문병객 등을 대부분 빠뜨린 부실한 명단을 정부에 제공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문병객·방문객은 애초 격리 대상서 빠져

보건 당국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CC(폐쇄회로)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수퍼 전파자인 14번 환자는 지난달 27~29일 응급실에 입원해 있을 때 첫날인 27일은 수액을 매단 채 응급실 곳곳을 돌아다녔고 28~29일은 활동이 뜸했다. 이 때문에 병원 측은 초기에 접촉자를 27일 응급실 환자로만 한정하고, 28~29일 환자들은 제외시키는 우(愚)를 범했다. 실제로는 28~29일 환자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 전북 김제 환자(59)의 경우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 중인 매형 병문안을 다녀왔다. 지난 3일 발열이 시작되자 김제시 보건소는 질병관리본부 역학 조사 담당자에게 문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담당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27일 노출된 사람만 대상자이고, 28일 입원자는 개연성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노출 기간이 지난 27~29일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김제보건소는 그의 가검물(가래)을 채취했고, 이튿날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

또 큰 체구의 14번 환자는 응급실에 있으면서 폐렴 증상 때문에 잦은 기침과 함께 가래도 자주 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의 주변에서 좀 떨어진 환자·문병자·간병자들까지도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 당국은 14번 환자의 보호자로 보이는 젊은 남성의 신원조차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원주에서 메르스로 확진된 방문객(46)은 지난달 27일 동네 지인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하자 병문안을 다녀왔다. 그러나 그는 지난 5일 미열이 발생하자 원주의 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았고, 다시 기침이 심해져 7일 병원에 가서야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사실을 밝혔다. 응급실에 있던 입원 환자는 메르스 환자로 확진받았으나 그는 애초 병원 측이 제공한 접촉자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응급실 입원 환자 중에서도 격리 대상 명단에서 빠진 경우도 있다. 지난 10일 대전의 사망자(62)가 대표적인 경우다.

◇삼성서울병원 방문자 전수 조사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까지 격리 리스트 밖에서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나왔는지를 정확히 밝히고,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사람들은 스스로 검사를 받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측이 자체적으로 지난달 27~29일 응급실에서 14번을 접촉한 사람으로 의료진 218명과 환자 675명 등 모두 893명의 명단을 작성해 방역 당국에 보고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이 부실한 명단조차 다시 '밀접 접촉' '단순 접촉'으로 나눠 시·도에 명단을 보냈다. 전문가들은 "병원 측과 방역 당국이 처음부터 관찰·격리 대상을 '밀접 접촉'으로 너무 협소하게 잡는 바람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질병예방센터장은 "응급 환자들을 찾아온 보호자나 방문객에 대한 명단은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콜센터와 지역 보건소를 통해 추가로 보호자나 방문객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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