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에 호박·오이..최양희 '불법 농지전용' 의혹
[한겨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여주 농지 153㎡
최 후보자 "직접 경작하는 주말농장" 해명
주민 "올 봄까지도 작물 없는 잔디밭"
제2영동고속도 생겨 땅값 7.5배 뛰어
우상호 새정치 의원 "불법 투기" 지적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경기도 여주 땅에 대해 주말농장용이라고 해명했지만, 1일 이웃 주민들은 최근까지 농사를 지은 적이 없다고 말해 불법 농지 전용 의혹이 커지고 있다.
최 후보자와 배우자는 2004년 5월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 백자리에 153㎡(46평)의 농지를 구입했다. 농지의 경우,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거나 정원 등으로 용도변경을 하면 농지법 위반에 해당돼 5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진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30일 최 후보자가 소유한 경기도 여주 땅에 대해 "투기지역 지정 직전 시세차익을 노리고 농지를 구입한 뒤, 농사는 짓지 않고 잔디밭으로 활용해 법 위반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 쪽은 "2004·2005년에 면장으로부터 '농지취득 자격 증명'을 받아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로 주택과 2필지를 구입했고, 현재 채소 등을 재배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겨레> 기자가 1일 찾아간 이 농지에는 잔디가 깔려 있었고, 잔디밭 사이에 드문드문 농작물이 어색하게 심어져 있었다. 그나마 자라고 있는 상추, 오이, 토마토, 호박, 피망 등의 농작물은 대부분 오랫동안 손을 대지 않아 말라비틀어져 있는 등 버려진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잎들은 누렇게 변색돼 있었다.
주민들은 올봄까지 이곳에 잔디밭뿐이었다고 전했다. 10년 넘게 이 지역에 살았다는 한 주민은 "올봄에도 농작물이 전혀 없었다. 잔디만 쭉 깔려 있었다. 잔디밭에 농작물을 심는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최 후보자가 농지를 구입해 사실상 정원으로 활용하다가 농지법 위반 사실을 감추기 위해 농작물 경작 흉내만 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최 후보자를 가끔 봤다는 이 주민은 "가장 최근에 온 게 3~4주 전이다. 한달에 한두번 정도 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가 땅을 매입한 2004년 이후 이 일대는 전원주택지로 주목받고 제2영동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땅값이 크게 올랐다. 특히 최 후보자가 땅을 매입한 뒤 불과 20여일 만에 이 지역이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부터 토지 투기 지역으로 지정돼 최 후보자가 이 정보를 미리 알고 이 땅을 구입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이곳은 표준공시지가 기준으로 3배 가까이 상승했고 실거래가는 7.5배 올랐다. 2004년에 이 근처 땅을 매입했다는 한 주민은 "10년 전에 평당 20만원 주고 샀는데 지금 평당 150만원 한다"며 "땅 옆에 하천이 흐르는 등 희소성이 있어 (앞으로) 더 오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후보자는 이런 의혹에 대해 "농지법상 합법적으로 농지를 취득했고 그에 따라 농사를 지어왔다"고만 말할 뿐 더이상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여주/이재욱 기자 uk@hani.co.kr
노유진 "'인사 참극' 청와대, 홈페이지에 구인·구직 게시판 열어야" [한겨레담]
<한겨레 인기기사>■ 이명박·오세훈의 유산…1천억짜리 '유령 공원' 어쩌나■ "프로필도 안 보나"…이준석, 이번엔 김기춘에게 직격탄■ "편입생·원주 출신, 감히 네가 연세대 동문이라고…"■ [단독] 잔디밭에 호박·오이…최양희 '불법 농지 전용' 의혹■ [포토] 제1차 세계대전 100년…사진에 담긴 역사의 현장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