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할말하는 '용감한 총리' 필요
◆ 새총리 지명 임박 ◆'용기(courage)ㆍ결단력(determination)ㆍ배짱(gut).' 박근혜정부 제2기 국무총리는 어떤 역할을 갖고 현 국면을 돌파해 나가야 할까.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가 원로급 인사들은 21일 매일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공통적으로 이 같은 리더십을 요구하며 조속한 국정 개혁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 함께 제기되고 있는 '내각 총사퇴'론에 대해서는 정부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방법론 등에서 미묘하게 입장이 엇갈렸다.
박 대통령의 총리 인선 발표를 앞두고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를 중심으로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장을 역임한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통령을 보완할 수 있는, 대통령이 간과한 부분을 과감히 지적할 수 있는 '용감한 총리'가 중요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대통령과 철학을 똑같이 하는 사람은 필요가 없다"며 "대통령의 철학을 보충하거나 달리하는 사람으로서 국정 전체를 볼 수 있는 인물이 총리직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월호 사고 수습이 후임 총리의 최우선 현안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세월호 참사로 확인된 한국 사회 전체의 '적폐(積弊)'를 척결할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명예교수는 "세월호 수습, '관피아' 개혁, 경제 활성화도 다 해야 하지만 이런 것만을 너무 앞세우면 미봉책밖에 안 나온다"며 "세월호 수습과 더불어 대통령과 함께 국정 전반에 대해서 지난 몇십 년간 내려왔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후임 총리가 책임총리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총리에게 권한과 책임을 나눠줄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중정부에서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역임한 김광웅 총장은 "국가안전처와 함께 행정혁신처가 총리실 산하로 신설되는 만큼 차기 총리는 행정혁신처를 통해 강력한 행정 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중앙부처의 인사와 조직 관리를 책임지는 행정혁신처를 총리실에 두도록 한 결정에 주목해야 한다며 "그저 인간성 좋은 총리를 그 자리에 앉혀놓으면 결국 (총리실의 변화된 환경에도 불구하고) 총리가 밑에 있는 관료들에게 휘둘리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평상시에는 선장이 아닌 항해사와 기관장 등 관료주의만으로도 배가 순항할 수 있지만 풍랑을 만난 위기 상황에서는 관료제만으로 배가 나아갈 수 없다"며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이와 함께 "차기 총리는 최우선적으로 사회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국회에 가서는 당당하게 정부의 요구 사항을 주장하고 국민 앞에서는 겸손한 자세로 국정에 대한 지지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중앙인사위원장을 역임한 조창현 한양대 석좌교수는 후임 총리의 역할에 대해 "하루를 해도 배짱 있게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장관들이 임명 후 채 몇 달도 안돼 관료들에게 포위되는 사례를 중앙인사위원장 시절 수도 없이 봤다"며 "한국의 장관과 총리들은 머리도 좋고 눈치도 빠른데 용기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리가 대통령에게 장관 추천권을 확실히 보장받고 이들을 통해 관료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는 한 박근혜정부의 (2기) 내각은 여전히 '주사급' 장관들로 그 역할이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대학총장협의회장 등을 역임한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는 '관피아 개혁'에 후임 총리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석좌교수는 "관피아 개혁 작업은 관료로 입문하는 채용 시스템에서부터 운용, 퇴직 후 재취업까지 전 과정을 총체적으로 뒤바꾸는 작업"이라며 "세속적 관료화와 연고, 이권 등에 기반한 적당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증현 전 장관은 총리의 성공적 업무 수행을 위해 "대통령이 총리에게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박근혜정부 임기가 3년 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가 뭘 배워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풍부한 행정 경험과 더불어 대통령의 전폭적인 권한 부여를 거듭 지적했다.
한편 현재 정치권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국무위원과 청와대 비서진의 총사퇴 지적에 대해서는 원로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안경환 명예교수는 "총리가 바뀌면 국무위원이 재신임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내각 총사퇴는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광웅 총장은 "위기 상황에서는 책임보다 문제 해결이 먼저다. 무조건 물러나라고 얘기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창현 석좌교수는 "내각보다 청와대 참모들이 더 문제다.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부터 먼저 대통령께 사표를 내는 게 내각 총사퇴에 앞선 순서"라고 말했다.
언론계 원로인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내각 총사퇴가 형식적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힘의 소재지가 어디 있느냐를 놓고 보면 방향이 달라진다"며 청와대 책임론에 더 무게를 실었다.
[노영우 기자 / 이재철 기자 / 조진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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