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찾아야 하는데, 국민이 등돌릴까 무서워"

안산/이기문 기자 2015. 4.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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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실종학생 어머니 "우리에겐 투쟁보다 인양이 우선"] 자식 찾은 희생자 가족은 정부에도 따질 수 있지만 우린 '애 좀 찾아주세요' 비참하게 말할 수 밖에..

"실종자 가족들이 바라는 건 내 자식 찾아달라는 것, 그것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실종된 단원고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6)씨는 24일 입원해 있는 경기 안산의 한 병원에서 "실종자 가족에겐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정치나 이념, 시위보다 인양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전날 또 다른 실종 학생 허다윤양 부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국민대책회의에 "자식을 잃고 생기를 잃어가는 부모들을 국민이 폭도로 매도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었다. 최근 과격 양상을 보이는 세월호 관련 집회를 주도하는 세월호국민대책회의에 "더 이상 (피해자) 가족을 힘들게 하는 것을 멈춰 달라"고도 했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이씨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란 말이 실감 날 정도로 고통스러운 모습이었다. 온통 세월호에 갇혀 있을 딸을 건져낼 생각뿐이었다. 전날 기자회견의 파장을 의식한 듯 세월호국민대책회의와 관련한 이야기는 "노코멘트하겠다"고 했다. 대신 이씨는 "사람들은 '진상 규명을 위해 인양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종자 9명이 아직 배 속에 있다"며 "실종자 가족에겐 인양 자체가 우선이다. 우선 내 새끼부터 찾는 게 시작 아닌가"라고 울먹였다.

이씨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희생자 가족 500여명과 여객선을 타고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해역을 다시 찾았다가 "은화가 바다에서 안 나오면 내가 은화에게 가겠다"며 투신을 시도했다. 이씨는 "그때까지도 인양 발표가 나지 않아 '우리 딸은 못 구하겠다' 싶어 뛰어내리려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식을 찾은 희생자 가족과 비교하면 실종자 가족은 고립되고 잊혔다"고 했다. 그는 "다른 유가족은 '찾은 자'들이다. 자식을 찾았으니 정부에도 따질 수 있다"며 "우리 같은 실종자 가족들은 '우리 애 좀 찾아주세요'라고 비참하게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주말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나갔다가 최루액과 물대포를 맞고서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다른 유가족들의 울분에 이씨는 "자식 찾고 그렇게 투쟁이라도 할 수 있어서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씨는 최근 과격 양상을 띠는 광화문광장 시위가 혹시나 국민 여론에 나쁜 영향을 끼칠까 걱정했다. "실종자 부모들은 지금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조심스러워요. (폭력 시위에) 국민이 등 돌리는 게 무섭고, 정부가 이러다가 '인양 안 해준다'고 할까 봐 무섭습니다." 이씨는 "실종자 가족은 국민에게 오직 '내 딸 찾게끔 도와달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부모로서 폭력 시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제 아들이 스무 살인데 의경도 그 나이대일 것이다. 다른 유가족들도 비슷한 상황일 텐데 아들 같은 의경들과 싸우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자식 잃은 엄마들이 최루액과 물대포 맞아 다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같은 엄마로서 마음 아픈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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