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것인가

이원광 기자 2015. 4. 19. 08: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취재여담]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취재여담]]

"세월호를 얘기하면 오른쪽 뺨이 후끈 해요. 금기어가 된거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안산. 일상으로 돌아간 듯한 도시에는 노란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습니다. "바람도 냇물도 소리죽여 함께 기도한다"는 노란 현수막과 떠난 아이들을 기다리는 텅빈 단원교 2학년 교실, 아이들 머물렀던 방의 모습을 담은 416 기억저장소까지. 터져나오는 슬픔을 애써 참으려는 안산의 모습에 한참동안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세월호를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는 장소가 있습니다. 지난 1년간 광화문광장의 세월호는 분노와 투쟁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와 비교한 한 지상파 보도국장의 해임을 요구하며 100명의 영정을 들었던 유가족 행진도 이곳을 지났고 야당이 제시한 의사자와 특례입학 논란에 대한 해명도 벌어졌으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하는 단식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잊지 말아달라"는 최초 취지와 달리, 광화문에서 세월호 참사는 분노와 투쟁의 모습으로 시민들의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에 분노와 투쟁의 이미지가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가린다는 우려가 이어졌습니다. 심리학에선 인간은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을 때 감정 등을 무의식으로 내려보내는 '억압'이나 '억제'의 방어기제를 사용한다고 전합니다. 이때 '세월호=분노'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사건으로부터 멀어지는 스스로를 '합리화'하기에 이릅니다. "세월호 얘기하면 오른쪽 뺨이 후끈 거린다"며 '금기어'가 됐다는 한 자원봉사자의 말처럼 지난 4월16일 참사 현장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함께 울었던 국민들은, 이렇게 세월호 사건를 분노로 치부하며 자신과 분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이같은 분노와 갈등을 조절하기는커녕 조장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가족들이 광화문에 자리잡기 시작한 건 진상규명과 관련 정부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시점과 맞물립니다. 새삼 "물살 거세지기 전에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에 나섰다"는 과거 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참사 이후 진상규명과 관련 정부 발표는 온갖 의혹을 자초했습니다. 진상 규명의 책심 증거인 항적도는 정부 발표 때마다 항적 구간이 다르게 표시돼 있었고 심지어 참사 직전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기록 일부는 없어졌다고 밝혔습니다. 급변침 직전 구간이었는데도 말입니다.

더욱 중요한 건 세월호 유가족들을 시위꾼 대하듯 '변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입니다. 지난 10일 이완구 국무총리 초청으로 유가족들이 공관으로 향했으나 광화문 광장서 20여m 이동 후 경력과 차벽에 부딪혔습니다. 경찰은 "유가족 11명 이동하기로 했으나 90여명 움직였다"고 해명했습니다. 같은 논리라면 광화문 광장을 나서는 수백명의 관광객과 학생들도 경찰 차벽에 가로막힐지 모릅니다. 참사 1주기 때 도심 일대를 차벽으로 둘러싼 정부와 경찰의 모습은 유가족들을 '골치아픈 시위꾼'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변하지 않는 정부'에 '변하지 않는 국민'들도 있습니다. 세월호 1주기를 맞은 지난 16일 보수단체 회원 70여명은 광화문광장 맞은편에서 '맞불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다른 보수단체는 "왜 유가족만 되고 우리는 안되냐"며 광화문광장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목소리에 세월호를 분노와 투쟁으로 기억하고 무의식 단계로 '억압'하려는 국민들만 늘어 갑니다.

쉽게 잊혀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세월호 참사는 우리 역사 속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이 꽃 피기도 전에 바닷속에서 돌아오지 못한 참사. 세월호가 때묻지 않을 때 시민들도 일상 속 문득 돌아보다 다시 울고, 노란색 리본을 꺼내 가슴에 달게 될 것입니다. 1주기를 지나 다시 돌아볼 때입니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