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시 찾아온 4월, 다시 가보니.. 팽목항의 봄! 슬픔을 넘는다

팽목항 2015. 4. 1.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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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의 바다엔 치유의 물결 깊은 상처엔 조금씩 새살이..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바다로 뻗어나간 방파제의 길이는 237걸음이다. 그 끝에 '기다림의 등대'라고 불리는 붉은색 원통형 구조물이 솟아 있다.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304명 중 295번째 실종자가 10월 29일 수습됐고, 수색 작업은 11월 11일 중단됐다. 세월호가 있는 바다는 여기서 배를 타고 1시간 반을 가야 한다. 더는 걸어갈 수 없기에 이 방파제 끝자락은 지난 1년간 추모의 공간으로 역할을 했다.

지난 30일 방파제를 걷던 서정민(78)씨 부부는 좌우 난간의 노란 리본과 현수막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부부는 한번쯤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전북 익산에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했다. 서씨는 "막내손주가 중1이라 남의 일 같지 않다. 지난해 얼마나 마음이 시렸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시 4월이 됐다. 세월호의 기억을 아프지만 다시 꺼내 곱씹어야 할 때가 왔다. 충격과 슬픔이 갈등으로 변질된 참사는 아직 진행형이다. 이것을 넘어서지 못하면 어떤 문제도 풀어낼 수 없다.

고통과 좌절, 분노와 냉소를 숨기거나 때로는 드러낸 현수막이 폭 7m 방파제 좌우에 즐비했다. 난간 줄에는 노란 리본들이 단단히 묶여 있었다. 대부분 빛이 바랬지만 매단 지 얼마 안 된 것도 눈에 띈다. 같은 줄에 매달린 작은 쇠종들은 바람에 맞춰 소리를 냈다.

왼쪽 난간 중간쯤에 어른 손바닥만한 직사각형 타일들이 네 줄로 길게 붙어 있었다. 타일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글귀와 그림이 새겨졌다. 문인들과 희생자 가족 등이 '천 개의 타일로 만드는 세월호, 기억의 벽'이란 추모 작품을 제작 중이었다. 한가운데에는 희생자 이름을 모두 새긴 석조 작품이 16일에 맞춰 들어올 예정이다.

인천에서 왔다는 오주희(44·여)씨가 등대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회사 동료가 모친상을 당해 근처 섬을 방문한 김에 들렀다.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슬퍼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두 자녀가 고등학생인 그는 "직접 와보니 기억할 장소라도 있다는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리본의 색처럼 기억이 바래가는 것 같아 속상하다. 성금도 내고 했지만 무엇이 바뀌었냐는 질문에는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오씨는 안개 낀 바다를 보며 말했다. "무수한 약속만 있고 너무 조용하네. 세상을 다 바꿀 것처럼 얘기하더니. 너무 잘 잊나봐, 우리가."

팽목항=강창욱 전수민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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