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4월.. 팽목항의 사람들] 숙소와 분향소·세탁실·식당 갖추고 노란리본 맨 개·고양이도 함께 생활

팽목항 2015. 4. 1.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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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인근에 마련된 '세월호 마을'

팽목항을 지키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방파제 인근에 작은 마을처럼 조성된 숙소에서 생활한다. 공터에 가건물과 컨테이너 여러 개를 설치해 숙소와 분향소, 화장실과 샤워실, 식당, 휴게소, 세탁실, 자원봉사자 안내소 등으로 쓰고 있다.

30일 오후 2시쯤 이곳으로 우편배달부가 오토바이를 몰고 들어섰다. 지정된 주소가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컨테이너 마을'로 아무렇지 않게 운전대를 돌렸다. 분향소 앞에 멈춰서자 사람들이 와서 익숙한 듯 우편물을 받아갔다.

이곳이 엄연한 생활터전임을 증명하는 장면은 많았다. 배치에 신경을 쓴 가지런한 건물들, 그 사이를 일상적으로 오가는 사람들, 세탁물이 널린 빨래건조대, 목줄과 노란 리본을 달고 어슬렁거리는 진돗개 두 마리 등. 개들의 이름은 '팽목항'에서 따온 '팽'과 '목'이다. 진도군이 약 1년 전 새끼 때 데려다놨다. 상처나 고독을 달래주려는 뜻이 있었을 것이다. 팽과 목은 훌쩍 커서 이젠 제법 늠름한 자태를 보여준다.

진도군이 지난해 7월 지은 숙소들은 가건물이지만 지붕과 벽면, 현관문 등이 꽤 집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가구나 집기가 없다면 성인 4∼5명이 충분히 잘 만한 크기다. 세월호 가족은 4∼5곳을 사용한다. 지금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은 7∼8명이다. 팽목항 쪽에 일렬로 늘어선 다른 3곳은 각각 지원을 나온 전남지방경찰청, 안산시, 경기도교육청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다. 한 숙소 앞에서 목에 노란 리본이 묶인 갈색 고양이가 울어젖힌 뒤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았다. 바다 쪽으로는 높이 180㎝, 지름 3∼4㎝의 나무십자가 14개가 서너 걸음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분향소는 가장 최근인 지난 1월 15일 차려졌다. 가로 7m, 세로 5m 정도의 컨테이너를 개조했다. 지금은 출입구 쪽에 나무판을 깔아 마루를 만드는 중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분향소에서 돌아가며 추모객을 맞는다. 정면 벽에는 희생자 304명의 사진이 7줄로 빼곡히 걸려 있었다. 실종자는 짧은 글귀로 사진을 대신했다.

검은색 천으로 덮은 단상 위에는 오렌지, 배, 사과 같은 과일 말고도 사탕, 감자칩, 초코바, 소시지, 껌, 비타민음료, 포도주스 등이 놓여 있었다. 황금색 플라스틱 돼지저금통과 세월호 가족의 육성기록을 담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도 희생자 사진들 아래 자리하고 있다.팽목항=전수민 강창욱 기자

suminism@ 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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