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김연수, 세월호 참사를 말하다

2014. 11. 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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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지난 4월 16일 294명의 사망자를 낸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많은 작가가 우리 사회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지난 24일 대학로 대명문화공장에서 열린 '저자와의 토크' 행사에서 만난 소설가 김훈(66)과 김연수(44) 역시 씁쓸한 표정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비판했다. 김훈은 10월 초 팽목항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을 위로했고, 김연수는 김애란, 박민규 등 동료작가와 함께 세월호 헌정 산문집 '눈먼 자들의 도시'를 펴냈다.

김훈은 이날 '저자와의 토크 행사'에서 "제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앞장 서서 발언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동료 작가들의 권유로 팽목항에 갔다. 당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특별한 재난을 당한 소수로 몰아 문제를 빠져나가려 한다는 느낌을 받아 분노감이 치밀었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10월 6일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선사측의 무리한 증톤과 과적, 조타수의 조타 미숙이라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훈은 "과적과 부실한 화물 고박은 물리법칙을 위반한 행위다. 물리법칙을 위반하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리법칙을 위반한 건 돈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느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의 질서를 벗어나면 모두 죽게 되어 있다. 세월호 참사도 그런 과정에 일어난 것 같다"고 했다.

김훈은 "팽목항을 다녀온 후 답답해서 과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여러 자료를 살펴봤다. 과적은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고박도 중요하다. 조그만 흔들림이 큰 흔들림이 되어 배가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판원은 항상 몽키스패너를 들고 갑판을 순찰하면서 쇠사슬이 조금이라도 풀어지면 단단히 조인다. 모든 원인은 돈"이라고 말했다.

김연수는 "한국사회가 점점 잔인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언론이나 정부 모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찬반양론을 가른다. 찬반양론으로 나눌 수 없는 세월호 참사 역시 그런 식으로 문제가 사그라들게끔 했다. 누구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이제 지겨우니 그만하라고 얘기하는 사회가 된 거다.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한가"라고 했다.

이어 그는 "자본이나 돈에 적대적이라고 판단되면 그 행위 자체를 금지시키고 탄압한다. 단순히 슬퍼서 밖에 앉아있기만 해도 위법행위자로 만든다. 어느 순간 측은지심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거나 공감하는 것을 막는 사회가 됐다. 사회적 약자에 동조하지 말라고 유도하는 것 같아 분하다. 제가 저항하고 싶은 부분이 이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고민이 많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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