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월호 사고에 공무원이 웃는 이유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금 관료들이 벌벌 떨고 있을 것 같죠? 천만에요. 웃고 있습니다."
상식을 깨는 이야기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여름날이었다. 당시 국민안전처 등 정부 조직 개편에 깊이 관여하고 있던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이 털어놨다. 그가 설명한 논리는 이렇다. 대형 안전사고가 터진다. →각종 보도가 쏟아진다. →여론의 관심이 높아진다. →안전 관련 기구와 규제, 예산이 대폭 늘어난다. →그 사이 사고는 잊혀지고, 처벌은 흐지부지된다는 것이다.
"안전 문제로 호들갑을 떨수록 사고의 책임을 물어야 할 관료들에게는 결과적으로 이익이 될 뿐입니다." 과잉 안전이 공무원에게 불필요한 권한을 쥐어줘 사회적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잊었던 그 이야기가 사고가 일단락된 지금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 최근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 등이 새로 출범했다. 당장 관료 조직이 비대해졌다. 공무원 정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때보다 6500여명 늘었다. 효율성은 그대로인 채 밥그릇만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예산도 늘었다. 내년도 국가 안전 예산은 올해보다 17.9% 증액된 14조6000억원이다. 댐 건설과 4대강 등 하천 정비·보수비 등이 대거 포함된 결과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돈을 푸는 것이 안전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어디에 쓸 지조차 정하지 않은 예비비만 전체 안전 예산의 15%인 2조여원이나 된다. '안전 장사'를 하는 민간 사업자의 배를 불릴 눈 먼 돈이 될까 우려스럽다. 대통령 보고조차 엉터리였던 이 어처구니없는 참사의 원인과 책임 규명은 이미 탈색된 지 오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일부 몰지각한 이들부터 '자식 팔아 한몫 잡으려 한다'는 터무니없고 서글프기까지 한 비난을 받았다. 자식들이 죽은 이유를 알고 싶다는 당연한 요구가 정쟁 대상으로 전락한 결과다.
세월호 참사를 반면교사 삼자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유념해야 할 것은 안전사회로 가려는 노력이 또 다시 일부의 권익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과거의 비극에 옭매이는 것은 병든 사회의 징조다. 그러나 이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집단은 그보다 더 나쁜 퇴화하는 공동체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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