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아빠와 가는 수학여행

김유경 기자 2014. 11. 2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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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유경기자][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못가니까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갈 수 있게 아빠에게 인솔자 역할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오케이 했죠. 지금 딸은 친구 3명과 함께 내년 1월 떠날 싱가포르 배낭여행을 인당 135만원의 경비 내에서 스스로 일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소재 중학교 2학년생 딸을 둔 서동일 씨의 얘기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학교마다 수학여행을 포기하니 학생들이 나서서 '아빠와 가는 수학여행'으로 대체한 사례다.

수학여행의 사전적 의미는 학생들이 평상시 대하지 못한 곳에서, 자연과 문화를 실제로 보고 들으며 지식을 넓힐 수 있도록 교사의 인솔 아래 실시하는 교육활동을 말한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서울 경기도내 학교들은 올해 수학여행을 절반 이상 포기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중·고등학교 1301개교 중 올해 수학여행을 안가기로 결정한 곳이 874개교로 67%에 달한다. 서울시내 초·중·고교 수학여행은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학부모의 동의율이 국내여행의 경우 70%, 해외여행은 80% 이상이 돼야 추진할 수 있다.

경기도내 초·중·고교 역시 올해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학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내 학교는 총 2200여개교인데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내년 1~2월까지 수학여행을 간다고 하더라도 1000개교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경기도교육청의 설명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수학여행 시행여부 기준을 학교 자율에 맡기고 대신 안전 강화를 위해 학급당 인솔자가 2인 이상이어야 한다는 교육부의 방침을 따르고 있는데 인솔자 확보가 쉽지 않다보니 결과적으로 수학여행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내 학교의 수학여행이 학부모가 동행하는 수학여행으로 전환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월호 사건 이후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수학여행의 현황을 보면 정부와 학교가 수학여행마저 학부모에게 떠넘기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난 문제는 수학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안전 불감증 문제가 수학여행 중인 학생들에게 터졌을 뿐이다. 수학여행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므로 수학여행 중단이나 학부모의 동의 또는 동행으로 수학여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에 대한 책임을 학부모에게 전가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서씨는 "학창시절 익숙하지 않은 것과의 조우를 통해 성장하고, 스스로 여행계획을 세우며 자신감을 갖고, 여행을 통해 친구와의 관계를 맺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학여행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쉽게 수학여행 중단을 결정하고 부모의 동의로 수학여행 안전에 대한 책임을 학부모에게 돌리려는 정부와 학교들이 되새겨 봤으면 하는 말이다. 아빠가 딸을 위해 마련한 수학여행의 의미와 중요성이 바로 본래의 수학여행의 의미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도.

머니투데이 김유경기자 yune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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