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인양해야 하는지 아닌지 논의할 때 됐다

2014. 10. 2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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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304명 가운데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이 23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최후 수색 방안의 하나로 세월호 인양(引揚)도 조심스럽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이견(異見)이 있더라도 '3분의 2 이상 다수결' 등의 방법으로 결정하는 방안도 거론했다고 한다. 실종자 가족들이 '인양 검토'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법률 대리인은 "가족들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세월호는 물살이 거세고 시야가 수십㎝에 불과한 바닷속에 누워 있다. 이런 힘든 환경에서 지금까지 매일 평균 32명씩 연인원 5700명의 잠수사가 목숨을 걸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수중 수색의 난도나 기간·규모 등에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경우다. 그 과정에서 잠수사 2명이 숨지고 구조 헬기에 타고 있던 소방관 5명이 희생됐다. 사력(死力)을 다한 수색에도 지난 7월 18일 294번째 희생자 시신을 수습한 이래 100일 가까이 시신이 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선체 내부는 대부분 붕괴해 잠수사 진입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한다.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기상 여건도 악화돼 이달 들어 9일밖에 수색을 못했다.

시신 유실·훼손 가능성 등을 들어 '인양은 안 된다'던 실종자 가족들이 인양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런 현실 때문일 것이다. 가족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져내고 싶은 안타까운 심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렵사리 말을 꺼낸 실종자 가족들이 뜻을 한데 모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2007년 지브롤터 해협에서 침몰한 파나마 선적 8737t 화물선 뉴플레임호 인양에는 21개월이 걸렸고 1770억원이 들었다. 20년 전 유럽 발트해에서 침몰한 스웨덴 에스토니아호는 희생자 852명 중 94명 시신만 수습한 상황에서 가족들 동의를 얻어 인양을 포기하고 사고 바다 밑을 콘크리트로 봉인(封印)했다.

세월호(6825t) 인양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고난도 작업이다. 화물을 포함하면 1만t이 넘는다. '50층 건물이 옆으로 누워있는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인양 비용도 1000억원 이상일 것이라고 한다. 인양해도 시신을 찾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실종자 가족 의견을 반영하면서 사회 각계가 참여해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는지, 인양할 수 있다면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스웨덴 선례를 따를 것인지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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