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간담회 열었다고 장학금 안 줘"

입력 2014. 10. 22. 18:11 수정 2014. 10. 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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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지난 9월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생명공학대학 학생회실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과 동아리 진보정치경제연구회 '소셜 메이커' 학생들이 간담회를 열고 있다.

ⓒ 조형훈

성균관대학교가 교내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연 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급을 거부해, 논란이 예상된다.

장학금을 받지 못한 조형훈 생명공학대학 학생회장은 "교내에서 학교가 싫어하는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연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반면, 성균관대는 "학교 승인 없이 행사를 열어 학칙을 어겼기 때문에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성균관대,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 거부 하더니...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동아리 '대학생 진보정치경제연구회 소셜 메이커'는 지난달 24일 생명공학관 강의실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앞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서울 시내 20여 개 대학에서 대학생들을 만나 간담회를 여는 계획을 세웠다. 성균관대 인문사회캠퍼스에서는 '성균관대 유가족 국민간담회 기획단'이, 자연과학캠퍼스에서는 '소셜 메이커'가 간담회를 추진했다.

'소셜 메이커'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형훈 생명공학대학 학생회장은 간담회에 앞서 생명공학대 행정실에 강의실 대여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학교는 강의실 대여를 거부했다. 박아무개 행정실 계장은 22~23일 조형훈 회장에게 "교내에서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가 열리면, 성균관대가 세월호 유가족의 입장을 지지하고 대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전했다.

23일 성균관대는 '성균관대 유가족 국민간담회 기획단'이 요청한 인문사회캠퍼스 인문관 강의실 대여도 거부했다. 당시 성균관대가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강의실 대여 요청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관련 기사 : 성균관대, 세월호 유족 간담회 불허... 이유는?)

결국 조형훈 학생회장은 생명공학대학 학생회실에서 간담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그는 "학교 정문 앞이나 잔디밭에서 간담회를 할까 생각했지만, 유가족들이 힘들어 할 것 같았다"면서 "학생회에서 사무실 공간대여사업을 하고 있으니, 이를 이용해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유가족 3명과 학생 25명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3주 뒤 장학금 지급 중단... "학교의 보복"

그로부터 3주 뒤인 15일 조형훈 회장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단과대 학생회장은 등록금의 70%를 공로장학금으로 받는다. 생명공학대 등록금은 450만 원으로, 공로장학금은 315만 원이다.

박아무개 학생지원팀 계장은 조형훈 회장에게 "학교가 승인하지 않은 행사를 학생회실에서 진행했으니 학생회장으로서의 공로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형훈 회장이 이후 등록금을 지급하지 않은 기준을 여러 차례 물었고, 박아무개 계장은 21일 그에게 "교내 행사를 할 때 기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학칙을 어겼다"면서 "학칙을 어긴 자에게는 장학금을 줄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학칙 제57조(학생활동의 승인)에 따르면, 학내 행사는 사전에 해당 기관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또한 장학금지급규정 제4조(장학금 지급 제한)에는 '학칙 위반자를 장학생으로 선발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형훈 회장은 "학교가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연 것에 대해 보복하기 위해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아무개 계장은 처음에는 등록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로 '학생회장의 공로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고, 저는 '학생회 활동을 잘 해왔다'고 답변했다, 나중에는 '학칙을 어겼다'면서 말이 바뀌었다"면서 "돈을 통해 학생회 활동을 억압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학 중에서 유일하게 성균관대만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불허했다, 학교는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있지만, 세월호 유가족의 입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대학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데, 간담회를 막고 이후 간담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장학금 지급을 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보복 아니야... 학칙 위반했기 때문"

한편, 성균관대 기획조정처 홍보팀 관계자는 "조형훈 회장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보복이나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절차상의 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면서 학칙과 장학금 지급 규정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여러 기관에서 학생들을 이용해 교내에서 회사 광고, 종교 전도, 다단계 사업 등과 같은 행사를 벌여 부작용이 발생했다"면서 "그래서 학교는 외부인들이 들어오는 행사를 열 때 기관장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고, 이러한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위한 강의실 대여를 거부한 것을 두고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강의실은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강의·준강의 활동에만 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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