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눈물과 슬픔·분노 뒤섞인 세월호 법정

구용희 2014. 10. 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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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20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 201호 법정.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와 승무원 15명에 대한 제28회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이날은 재판 절차(피해자 진술권)에 따라 침몰사고로 희생 또는 실종된 피해자들의 가족이 법정에 섰다.

증인석에 앉은 10여명의 가족들은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밀려오는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더이상의 읽기를 멈춰서기도 했다.

가족들의 애절한 사연과 절규가 이어지자 이내 법정은 끊임없는 눈물과 슬픔 그리고 분노로 채워졌다.

특히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울려퍼지는 순간 법정은 또한번 울음바다로 변했다.

깊은 슬픔을 이기지 못한 일부 가족들은 오열과 함께 실신 직전에 이르기까지 했다.

방청석을 메운 가족들 중에는 청심환을 복용하며 애끓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때로는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이 선장과 승무원들을 향해 "진실을 밝혀라"며 고성과 함께 분노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아들은 유일한 가족이었다. 내 꿈이자 내 생명이었던 아들이 떠났다. 나는 누구를 위해 살아가야 하냐"며 오열했다.

또다른 가족은 "선장과 승무원들은 한시의 죗값만 치르면 되겠지만 나는 평생 아들에게 미안함을 간직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편(희생 교사)을 잃은 부인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배안으로 들어 간 남편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면서 "이제는 남편의 뼛조각만이라도 찾고 싶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또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이 현실이 너무 매정하다. 점점 고립돼 가는 현실에 피가 마른다. 실종자 가족들은 살아도 살지 못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며 울먹였다.

언니를 잃은 동생은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고, 어머니가 희생된 아들은 "생전에 따뜻하게 한 번 안아드리지 못한 사실이 후회스럽다"고 진술했다.

이날 법정은 숙연함 속 흐느낌과 긴 한숨이 가득했다. 때로는 한 맺힌 오열이 울려퍼지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린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밤하늘의 별이 됐다'는 제목의 동영상이 법정에서 상영됐다.

붉어진 눈과 축 쳐진 어깨로 법정을 나서는 피해자 가족들의 등뒤로 깊은 가을을 재촉하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persevere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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