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월호 악습 되풀이된 홍도 유람선 침몰사고

2014. 9. 3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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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전남 신안군 홍도 앞바다에서 유람선 1척이 암초에 부딪혀 좌초됐다. 유람선에 타고 있던 승객과 승무원 109명은 침몰 직전 인근을 지나던 다른 유람선과 어선에 의해 전원 구조됐다. 유람선 바캉스호는 홍도 관광객을 태우고 인근 바다를 2시간30분가량 운항한 뒤 돌아오는 관광 전용이다. 사고 직후 유람선은 선수 쪽이 물에 잠겨 1층 선실에 바닷물이 유입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채 6개월도 안돼 세월호 사고의 악몽이 되풀이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대형사고에도 불구하고 인명 피해가 없었던 점은 다행이다. 사고 직후 다른 유람선이 곧바로 배를 사고선박에 붙인 뒤 승객을 구조했다고 한다. 인근 해역을 지나던 어선 5~6척도 승객 구조에 일조했다. 탑승객들도 긴박한 순간에 당황하지 않고 서로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면서 차분하게 구조를 기다렸다고 하니 세월호 학습효과를 실감케 한다. 세월호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승객 구조의 일등공신은 해경이 아니라 민간부문이었다는 점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사고 원인은 운항 과실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당일 파고가 높았지만 선장은 암초가 많은 사고 해역의 뱃길에 익숙지 않은 외지인이었다. 바캉스호는 27년 된 노후선박으로 세월호보다 7년이 더 낡은 배다. 일본에서 선령이 지나 운항을 포기한 선박을 들여와 개조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다음날 안전검사를 통과해 2023년까지 운항허가를 받았으니 37년짜리 배에 면허를 내준 꼴이다. 더구나 홍도 주민들이 내구연한이 3년밖에 남지 않은 노후선박을 운항할 경우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며 운항허가를 불허해달라고 했지만 묵살됐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후진적 재난사고가 또 일어난 것도 문제지만 당국의 허술한 안전 시스템은 더 심각하다. 정부는 세월호 이후 선령을 제한하고 연안여객선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사고선박은 불과 5개월 전 안전점검을 통과했지만 구명조끼 관리조차 제대로 안돼 승객들이 꺼내 입는 데 불편을 겪었다.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도 승객의 목숨이 걸린 구명뗏목마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니 더 말해서 뭣 할까. 대책 따로, 현장 따로의 전형이다. 세월호의 뼈아픈 교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정부는 지금 당장 재난안전 시스템과 여객선 안전대책을 전면 재점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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