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세월호 사고 지점 좁은 수로?' 치열한 법정 공방

배동민 입력 2014. 9. 23. 18:33 수정 2014. 9. 2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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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협수로…선장이 지휘했어야"이준석 선장 변호인 "주관적인 판단"

【광주=뉴시스】구용희 배동민 기자 =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지점이 좁은 수로인 지에 대해 검찰 측 전문가 증인들조차 의견이 엇갈리는 등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좁은 수로 여부를 떠나 세월호 사고해역이 선박 운항상 상당한 위험이 있는 수로인 만큼 "선장이 선박 운항을 직접 지휘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는 23일 법정동 201호 법정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제17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합동수사본부의 전문가 자문단에 참여한 한국해양대 교수 이모씨와 한국해양수산연구원 교수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자문단이 작성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결과 보고서' 중 인적요인 분야의 조사를 담당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사고 해역이 좁은 수로인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김 교수는 "좁은 수로의 통상적인 기준은 선박이 지나가는 통로의 폭이기 때문에 병풍도와 관매도 간 11㎞ 가량의 너비를 고려하면 좁은 수로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 사고 해역은 폭은 넓지만 연안을 따라 중소형 선박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라며 "사고로 인한 구조의 위험이 생길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상당히 많은 수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위험 요소 때문에 "선장이 재선해서 지휘를 해야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이 교수는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세월호의 사고 지점이 "좁은 수로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사고 지점은 좁은 수로인 맹골수도의 연장선상에 해당한다"며 "협수로 판단 기준은 법규상, 문헌상으로 규정돼 있지 않지만 학자들의 학설·수심·선박통행량·조류 변화·해역 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수로협회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운항 경험이 많은 선장 등의 의견이 좁은 수로 판단에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좁은 수로의 연장선상이라는 의미가 애매하다. 좁은 수로라는 의미인가, 위험한 수로라는 것인가'라는 이준석 선장 변호인의 질문에는 "좁은 수로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선장의 재선 의무에 대해서는 "좁은 수로이기 때문에 선장이 직접 지휘해야하는 의무가 있다"며 김 교수와 같은 견해를 보였다.

반면 일부 피고인의 변호인은 사고 해역이 좁은 수로이며 선장의 지휘 의무가 있는 곳이라는 전문가들의 판단을 반박하는 주장을 펼쳤다.

이준석 선장 변호인의 경우 세월호가 좁은 수로인 맹골수도를 지나 사고 지점까지 8.1㎞를 더 운항했고 병풍도와 관매도 사이의 폭이 11㎞가 넘는데 좁은 수도로 보기 힘들다는 취지의 신문을 이어갔다.

특히 이 교수가 '좁은 수로'라고 판단하는데 있어 중요한 근거로 제시했던 사고 당시 선박 통행량 등을 이 교수가 모르고 있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이 교수 이외에 '병풍도 앞 해역이 좁은 수로'라고 판단하고 있는 국내학자나 경험 많은 운항자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이 교수의 주장이 주관적이라고 반박했다. 좁은 수로가 아닌 만큼 이준석 선장에게 지휘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섬 간의 거리만 보면 '좁은 수로'는 아니지만 선박이 진행한 방향과 변침 상황, 조류의 흐름 등을 고려했을 때 요 주의가 필요한 수로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럼 뱃길의 폭을 놓고 공방이 벌어진데는 사고지점에 대한 지휘의무 여부가 향후 이 선장의 양형을 판단하는데 주요 요소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도 지난 17일(제16회 공판기일) 검찰과 변호인 측에 이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를 보완해 줄 것을 요청(석명)했다.

재판부는 사고발생 지점이 정확히 맹골수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당시 파도·조류의 세기 등 기상여건으로 미뤄 선장이 선박의 운항을 직접 지휘할 의무가 있었는지를 명료하게 해 달라고 밝혔었다.

한편 이날 증인석에 선 김 교수는 '이번 사고가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이번 사고로 숨진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교육자로서 죄송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선원 교육 등은 정부와 교육기관이 맡고 있지만 비상 사태에 대한 대응 능력은 사업주에게 업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업주들은 선원들에 대한 교육이 투자가 아닌 비용 지출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업주가 교육을 실시하지 않으면 선원들이 교육을 받을 수 없다"며 "우리 산업계가 안전 교육에 대한 좀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persevere9@newsis.comgug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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