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종합]"서류 치우고 조사 땐 '모르쇠' 지시받아"

배동민 입력 2014. 8. 22. 17:55 수정 2014. 8. 2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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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진해운 물류팀 직원 증인신문 과정서 밝혀

【광주=뉴시스】구용희 배동민 기자 =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일부 직원들은 침몰 사고 뒤 사무실 내 서류를 치우고 수사기관 조사 때 '모르쇠'로 진술할 것 등을 지시 받았다고 털어놨다.

일부 직원들은 검찰 질문에 진술을 번복하거나 모호한 답변을 반복해 재판부로부터 위증에 대한 경고를 수차례 받기도 했다.

광주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임정엽)는 14일 오전 법정동 201호 법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청해진해운 김한식(72) 대표 등 청해진해운 임직원과 화물하역업체, 해운조합 관계자 등 10명에 대한 제2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법정에서는 청해진해운 물류팀 직원 2명과 해무팀 직원 1명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물류팀 직원 A(32)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 다음날인 17일 경찰 조사와 관련한 회의가 있었으며 이 자리에서 (수사에서)빠져나갈 수 있는 방안 등이 논의된 사실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수사기관의)압수수색 다음날인 18일에는 한 간부로부터 '사무실 책상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서류를 다 치워라'는 지시가 있어 내 자리의 서류를 치웠다"고 덧붙였다.

A씨는 "모 간부사원이 (수사기관에서)조사를 받고 오자마자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나는 모르쇠로 이야기 했으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평형수를 얼마나 적재해야 하는지 알고 있느냐' '물건을 많이 실으면 위험하다는 생각 하지 않았나' 라는 검사의 질문에 A씨는 "모른다. 생각한 적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청해진 해운 물류팀 과장 B(47)씨도 증인으로 출석해 해경 조사를 받은 직후 '무엇이든 오해를 살만한 서류를 정리하라'는 물류팀장 남모씨의 지시에 따라 "실적보고서나 기안 문서 등을 제 차에 실었다가 휴게실에 옮겨 놨다. 이후 제가 가지고 있던 개인적 회의 자료를 소각장에 버렸다"고 답했다.

이어 "해경 조사를 받고 온 남 팀장이 물류팀 직원들을 모아놓고 우련통운과 1등 항해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으니 그 쪽으로 몰아가면 된다. 우리 물류팀은 빠져 나갈 수 있다"라는 말을 한 적 있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또 남 팀장으로부터 "세월호에 얼마나 (화물을)실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나 같이 조사 받아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일부 증인들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모호한 대답을 하거나 진술을 번복하면서 재판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특히 B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인 4월30일과 5월8일 물류팀 차장 김모씨 부인과 통화한 내용이 녹취록으로 법정에서 공개되자 크게 당황했다.

녹취록에는 B씨가 김씨의 부인에게 평소 김씨보다 물류팀장인 남씨에게 더 많은 지시를 받았으며 세월호 출항전 과적을 인지한 남 팀장이 화물 180t을 낮추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는 남 팀장이 수사 기관의 조사에서 "세월호에 얼마나 실렸는지 잘 몰랐다"는 진술과 엇갈리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B씨는 "이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냐"는 검찰의 질문에 처음에는 "없다"고 답변했으나 "통화한 적은 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이후에도 B씨는 "녹취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기억이 안 난다", "톤수 조정 이야기는 나왔는데 누가 했는지 모르겠다"며 횡설수설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진술이 자꾸 바뀌고 있다"며 "명백히 기억이 나는데 안 난다고 하는 것도 위증이라 처벌받는다"며 경고했다.

한편 구속 기소된 청해진해운 한 간부는 "사직서에 나오는 최고 경영자는 누구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사직서는 사장님 앞으로 쓴 것이다. 최고 결재권자는 김한식 사장이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제2회 공판기일에서 청해진해운 간부 사원들은 세월호가 항로에 적절치 못한 선박으로 분석되자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며 일괄 사직서를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직서는 유병언 회장에게 제출되지는 않았으며 김한식 대표가 보관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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