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가리는 현실효과

권경성 2014. 7. 3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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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으로 한국 읽기] (58) 7월 31일자

시각 자극은 현실적이다. 뉴스가 영상을 쓰는 큰 이유다. 그러나 뉴스가 보여주는 건 현실의 일부일 뿐이다. 보이는 대로 믿어서도 안 된다. 사진은 27일 인천지방경찰청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왼쪽 문 앞 장발 남성)씨와 조력자 박수경(왼쪽 네 번째)씨가 25일 경기 용인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뉴스Y 화면 캡처

극영화는 두 부류다. 내러티브(서사)로 흡인하거나 스펙터클(볼거리)로 압도한다. 둘 모두 현실효과 기제다. 문제는 언론이 이를 남용할 때. 몰입은 성찰을 방해한다. 경계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물타기식 왝더독 현상은 종교인이자 사업가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등장하면서 이미 예견됐다. 유 전 회장 일가의 경영비리 의혹이 세월호 참사와 법적으로 얼마만큼의 연관성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지기도 전에 유씨 일가가 도피하면서 곁가지가 마치 줄기인 양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보도가 잇따랐다. 유 전 회장의 죽음에 이어 경찰에 검거된 그의 장남 대균씨와 도피 조력자 박모씨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왝더독'이다. (…) 일반 대중은 박씨의 범죄 혐의보다 취재 카메라 앞에서 꼿꼿한 자세로 안광을 내뿜는 미인의 신상이 더 궁금했다. 유병언 전 회장의 사망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어느새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등불을 벌써 가리고 있다. (…) 대중이 호기심이나 흥미, 집단주의에 집착하면 사건의 본질은 왜곡되기 쉽다. (…) 영상을 통한 세계에는 '정보 왜곡'의 개연성이 숨어 있다. TV에서 본 장면은 아무리 현실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 단계 건너서 보는 '2차 세계'이지, 결코 '1차 세계'는 아닌 까닭에서다. (…) 어찌됐든 현대 사회에서 영상매체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됐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유대균씨와 박씨의 검거 모습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이라는 이유로 공개했다 하더라도 이는 세월호 사건의 왝더독 현상에 기여한 것은 분명한 듯하다."

-'왝더독'과 호위무사(경향신문 '정동에서'ㆍ박성진 디지털뉴스편집장) ☞ 전문 보기

"요즘 일부 종편의 뉴스 프로그램만 살짝 보자. 뉴스는 유대균과 박수경이 덮었다. 진행자와 모든 걸 다 아는 듯한 변호사·교수라는 전문가 패널이 담론을 한다. 진행자가 묻는다. "유대균과 박수경은 무슨 관계일까요?" 패널들이 답한다. "호위무사라기보다 감시자" "남녀가 석 달 동안 좁은 공간에서…" "내연 관계라면 죄와 벌은…". 그들은 전문성이 아닌 추측, 팩트가 아닌 상상에 근거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수다'를 요즘 애들 말로 '입으로 털기'에 바쁘다. (…) 정론 뉴스인 양 탈을 쓰고 황색언론을 지향하는 건 반칙이다. (…)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다. 또 언론인이 영혼에까지 새겨두는 명제는 '팩트는 신성하다'는 것이다. (…) 유병언과 유대균이 중요한 건 그들의 사생활이 아니라 '세월호 사건'의 주요 피의자이기 때문이다. 한데 요즘 보도의 양상을 보면 세월호는 어디 가고 유병언과 유대균, 박수경, 구원파 등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가 지나치게 넘친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병언을 잡으라고 다그친 후, 세월호 책임이 모두 유병언에게 있는 듯 몰아간 측면도 있다. (…) 유병언은 죽었다. 이런 정국에 언론의 할 일은 죽은 유병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미모의 태권도 심판에 대한 말초적 관심을 부추겨 정부가 적폐와 책임을 슬쩍 비껴가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 관료가 적폐에서, 정치권이 기만에서, 박 대통령이 수첩에서 빠져나오기를 기다리느니 언론이 말(言)을 바로 세우는 게 더 빠를 거다."

-언론부터 정신 차리자(7월 30일자 중앙일보 '양선희의 시시각각'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관료는 정책 결정을 꺼린다. 책임지기 싫어서다. 정치인은 반대다. 무모하다. 단기 승부를 즐긴다. 뭐든 해 본다. 마약 투여도 불사한다. 신뢰 효과는 관료가 소신껏 일할 때 생긴다.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이 인색한 평가를 받은 건 특별히 뭘 잘못해서가 아니었다. 아무리 더듬어봐도 뭘 했는지 딱히 기억나는 일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 사실 경제팀이 박수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요즘처럼 쪼들리고 팍팍할 때엔 더 그렇다. (…) 해도 욕을 먹고 안 해도 욕을 먹는 참으로 고약한 처지이지만, 그래도 뭐든 해보고 욕을 먹는 게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다.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그냥 손 놓고 있다면 그건 정부도 아니다. 정책 실패 보다 정책 실종이 정부에겐 더 큰 죄악이다. (…) 지난주 발표된 경기종합대책은 '만성질환에 단기처방 뿐'이란 비판을 충분히 받을 만했다. 내수는 살리지도 못한 채 건전성만 해칠 위험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경제의 숨통 좀 트여보려고 뭐든 시도한다는 것, 그럼으로써 정부가 무력감을 떨쳐내고 경제활력을 위한 강한 의지와 행동을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경제주체들에겐 긍정적 신호가 된다. (…) 정부의 거시정책방향이 명확해진 이상 이제 경제계의 시선은 한국은행으로 향한다. 과연 한은도 부양기조에 동참해 금리인하 카드를 뽑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 금리를 인하해야 할 이유나 인하하지 말아야 할 이유나, 찾기 시작하면 둘 다 백 가지쯤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내려도 욕 먹고 안 내려도 욕 먹는 상황이라면, 지금은 내리고 욕을 먹는 게 낫다. 실효성은 적고 다소 후유증이 따르겠지만, 하루하루 힘겨워하는 국민들에게 중앙은행이 뭐든 해보려고 애 쓴다는 걸 보여주는 신뢰 효과 하나만으로도 그런 부작용쯤은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어차피 욕먹을 거라면(한국일보 '메아리'ㆍ이성철 부국장) ☞ 전문 보기

"한은(한국은행)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은 금리는 인하하되, 그것이 금융 불안정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정부에 부채 축소 정책을 적극적으로 주문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 가계가 빚을 내서 강남3구 집을 사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가계가 빚내서 덜컥 집을 사면 소비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 강남3구 집 몇 채 팔리고 이 "반짝 잔치"가 끝나고 나면, 그때 우리 경제는 내수활성화는 고사하고 가격이 하락 중인 부동산에 목을 매고 있는 형국이 될 것이다. 내수가 활성화하려면 가계가 소비를 해야 한다. 가계가 소비를 하려면 소비여력을 늘려주어야 한다. 새로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하는 것은 소비여력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로 기존 빚을 줄여주고, 남아 있는 빚의 상환 부담을 경감시켜주어야 소비여력이 늘어난다. 한은의 금리인하는 "남아 있는 빚의 상환 부담 경감"에 활용되어야 하지, "새로운 빚을 만들어 내는 마약"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는 내수활성화도 안되고 금융안정도 안된다."

-금리인하의 전제 조건(경향신문 '경제와 세상'ㆍ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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