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더 망가진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

입력 2014. 7. 31. 10:53 수정 2014. 7. 3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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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심마당]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미디어오늘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세월호 참사는 사실 두 개의 참사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세월호가 가라앉으면서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하여 3백여 명의 승객들이 목숨을 잃은 물리적 참사를 말하며,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구조에 속수무책이었던 국가 실패의 참사이다. 전자의 참사에 대해서는 그 직접적인 책임이 청해진에 있겠지만, 후자의 참사에 대해서는 그 책임이 곧장 국가에게 돌려지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3백여 명의 승객들이 졸지에 목숨을 잃은 것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없는 일이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 중요한 문제는 왜 그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국가는 왜 구조에 실패했는지 등에 대해 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책임자들에게 마땅한 책임을 묻는 한편, 향후 그러한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도 있지만, 이미 소를 잃은 지금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리며 '국가개조'를 약속했다. 즉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제1의 의무(물론 이 의무를 사회 안전의 의무가 아니라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으로 좁게 해석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국가의 구조 실패에 직면하여, 앞으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국가를 철저히 개조하겠다고 눈물로서 약속했던 것이다.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등을 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청와대가 제작한 홍보 영상. 세월호 유가족과의 면담을 마친 박 대통령이 유가족 한 명을 안고 배웅하고 있다. 사진=영상 캡처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 100일이 넘어가고 있는 지금 박근혜 정부는 '국가개조'는 커녕 그 진상규명의 첫 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떤 점에서 박근혜 정부 자신이 진상규명 자체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 세월호 문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수렴하여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치권 역시 그동안 무력하기 짝이 없다.

이를테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과 관련하여 유병언과 그 일가를 추적했던 검찰과 경찰은 유병언의 사망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그 원인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런 과정에서 서로 긴밀히 공조해야 할 검찰과 경찰은 정보 공유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이러다보니 세간에는 온갖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언론마저 오히려 이를 경쟁적으로 부추키고 있다.

한편 세월호 참사와 관련, 정치권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통과 등의 과제가 주어져 있다. 그러나 수사권 문제로 세월호 특별법의 국회 통과는 이미 약속한 날짜를 넘겼다. 또한 곧 개최될 예정인 세월호 청문회 역시 그 증인 채택 문제로 제대로 순항할지 매우 의심스럽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이후 그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에 있어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는 더 망가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세월호 참사 이후 치러야 했던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가 이러한 난장판 상황에 일조했는지도 모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조차 선거 승패의 관점에서 정파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선거는 끝났고 적어도 내후년인 2016년 국회의원 총선까지는 선거다운 선거는 없다. 따라서 이제는 차분히 세월호 문제 해결에 집중할 때가 아닌가 한다.

▲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그런 점에서 나는 여야의 정치권이 적어도 올해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8월 25일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기를 바란다. 사실 세월호 문제 해결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은 정치권이 앞장서야 하며, 그것은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하여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세월호 진상규명의 전망이 트일 때 세월호 대책 마련의 발걸음은 보다 가벼워질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세월호 문제는 유가족은 물론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로 남겨질 것이다. 이제 우리도 문제를 낳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해나갈 줄도 알아야 하지 않나? 그런 점에서 세월호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한데, 특히 정부여당에게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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