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교훈 거듭 상기시킨 생존학생 증언

2014. 7. 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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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 구사일생 구조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법정 증언이 새삼 우리를 비통하고 부끄럽게 한다. 2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학생들은 참사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대부분 그동안 보도와 수사를 통해 알려진 내용이기는 하나 피해 학생들의 목격담을 직접 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학생들이라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면들을 증언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터인데, 그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다. 어렵사리 이뤄진 증언인 만큼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되새기고, 철저한 원인 규명의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증언에서 거듭 확인된 것은 무능하기 짝이없는 해경의 구조 활동과 선원들의 무책임이다. 학생들은 당시 해경이 '손만 뻗어면 닿을 거리'에 고무보트를 타고 있었지만 바다로 나온 사람만 건져올릴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트에 올라 탄 일부 학생들이 "비상구 안쪽에 많은 친구가 남아있다"며 구조를 요청했지만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고 한다. 그러다 파도에 밀려 다시 안쪽으로 휩쓸려 들어간 친구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다. 눈앞의 해경 헬기를 보고 학생들은 '이제는 됐다'며 복도에서 질서있게 대기했지만 아무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최후의 순간, 그들이 느낀 절망과 배신감은 어떠했을까….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승객과 배를 버리고 달아난 선장ㆍ선원들의 비정함과 직업 윤리의식 부재도 다시 확인됐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 있으라"는 반복 방송을 하는 사이 선장과 선원들은 해경 구조선을 타고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탈출하라는 방송만 했어도 캐비닛 등을 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빠져 나올 수 있었다"는 한 학생의 증언이 무엇보다 가슴을 아리게 한다.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상처를 안긴 참사가 일어난지도 넉달 가까이 돼 간다. 하지만 그 사이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금세 '국가 개조'라도 할듯한 기세는 턱없이 꺾였고, 탐욕과 무책임으로 점철된 '제 2의 세월호'는 곳곳에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며 큰 소리를 쳤지만 정부조직법과 김영란법 등 관련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간 이해가 얽혀 헛바퀴만 돌고 있다. 유병언 검거 등 세월호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검찰과 경찰의 무능은 거론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우리 사회, 특히 정부와 정치권에 학생들 증언이 자극제가 되길 바란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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