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를 할퀴다

2014. 7. 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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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정치] 유가족 앞 '의사자 지정 반대 시위' 주도한 '엄마부대봉사단'은 누구인가

지난 7월18일 서울 광화문광장. '유가족들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의사자라니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네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단식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려다 경찰에 제지를 당한 이들이 있었다. 엄마란 이름을 내세워 유족들의 가슴을 할퀸 '엄마부대봉사단'(이하 엄마부대)은 한동안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변희재 대표 등과 '유병언법 제정 국민연대' 참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반대한다는 이들은 누구일까? 회원이 40여 명이라는 엄마부대는 2013년 창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라이트의 간부를 지낸 바 있고, 탈북여성회·나라지킴이여성연합 등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는 주옥순(61)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주 대표는 < 한겨레21 > 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 안에는 미장원을 하는 사람, 옷가게를 하는 사람도 있고, (회원이)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단체 이름에 있는 '봉사'가 주요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6월27일엔 경기도 안산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앞마당에서 '밥퍼 봉사'를 하기도 했다. 세월호 유족들을 위해 무료 택시를 운영한 이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들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월16일엔 광화문광장에서 탈북어머니회, 한국자유총연맹 여성회 등 21개 여성 보수단체와 함께 '세월호 참사를 선동하는 불순세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월호 사건을 빌미 삼아 박근혜 정부를 공격하는 반국가 선동시위꾼들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이날 행사의 요지다. 주옥순 대표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박근혜 대통령의 제부 신동욱 공화당 총재 등과 함께 '유병언법 제정 국민연대'에도 참여하고 있다. '유병언법'은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처벌을 강조한 법이다.

주 대표는 단식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피켓시위를 한 이유에 대해 "유가족이 지나친 측면이 있어서 '이건 너무하다, 그래 좋다, 엄마(회원)들 내 말을 따라서, 길을 건너가자', (그런 뒤) 거기서(광화문광장)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제안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대학 특례입학, 희생자 의사자 지정 등을 유가족들이 주장한 것으로 잘못 알고 벌인 행동이었다. 그는 "유병언이가 자살했다고 하지 않나. 이제 (유가족들이) 그만해라. 우리도 좀 살자. 경제도 좀 살자"면서 "유가족이 또 무리하게 나오면 우리는 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언 전 회장이 숨졌으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도 중단하라는 얘기다.

유족들은 '무대응' 원칙

노명우 아주대 교수(사회학)는 "극우세력들의 이런 행태를 '내면화된 국가주의'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나 국가를 향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국가에 대한 비판을 자기 자신에 대한 모독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유가족이 무리하게 요구하면 또 나올 것'이라고 예고한 엄마부대에 대해 유족들은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박용우 광화문 생활실장은 "엄마부대에 대해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다른 잡음을 만들지 않으려는 생각에서다.

장슬기 인턴기자 kingka87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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