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수배' 김필배, 나경원의 설명이 필요하다

입력 2014. 7. 25. 21:01 수정 2014. 7. 25. 21: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행수 기자]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4월 16일로부터 3일이 지난 19일, 급하게 90일짜리 단기 비자를 손에 쥔 채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잠적한 인물이 있다. 바로 유병언씨의 최측근이자 세모 계열사인 문진미디어 대표 김필배씨다. 그는 세모 계열사의 복잡한 지분 구조를 설계하고, 비자금 조성을 돕는 등 유병언 일가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나온 보도 등에 따르면, 김필배 대표는 세월호 사고의 핵심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5월 외교부를 통해 김씨의 여권을 무효화시켰고 미국 사법 당국에 적극적인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의 이름이 최근 재보선 선거판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것도 최대 관심지역인 서울 '동작을'에서 말이다.

김필배 대표의 이름이 언급되는 이유는 나경원 동작을 새누리당 후보와 그의 관계 때문이다. 김 대표는 나경원 후보의 부친과 고교동창인데다 나경원 후보 외할아버지가 초대 이사장을 지낸 홍신학원 산하 학교의 교장과 교감을 거쳐 이사로 재직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희 대변인이 공개한 홍신학원 등기부 등 자료에 의하면 나경원 후보가 홍신학원 이사로 재직한 기간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정도고, 이 기간 중 2번의 중임을 했다. 세 번째 임기중인 2011년 10월엔 돌연 사임하기도 했다.

김필배 대표 또한 2008년 12월 홍신학원 이사로 취임해 5년의 임기를 채우고 2013년 12월 다시 개방이사로 선임됐다. 적어도 2008년 12월부터 2011년까지는 같이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던 셈이다.

국외 도피중이었던 김필배 대표가 이사 사임서 제출?

홍신학원 임원 현황.

ⓒ 원자료 새정치연합 유은혜의원실

현재 새정치연합은 나경원 후보측에 김필배씨와의 관계를 해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경원 후보 측은 "허위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함과 동시에 "김 대표가 개방이사로 재직한 건 맞지만, 세월호 사고 이전엔 구원파인지도 몰랐다"고 반박하고 나선 상태다. 나 후보측은 김필배씨가 이사로 재직하던 지난 5월 중순쯤 가족을 통해 이사 사임 의사를 밝혀왔고 6월 5일자로 해임 처리돼 현재는 이사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세월호 사고 전에 김 대표와 구원파 등과의 관계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는 것은 인정한다 해도, 이사 사임 과정과 시기에는 의문이 생긴다. 지난 23일 나경원 후보 선대위는 해명자료를 통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씨는) 지난 5월 중순쯤 가족을 통해 이사직 사임 의사를 밝혀왔고 6월 5일자로 해임 처리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김필배 대표는 세월호 참사 3일 후인 4월 19일 단기 비자로 미국으로 도피했다. 곧바로 검거를 위한 수배가 내려지고 언론에 김 대표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그러니까 나경원 후보측이 밝힌 5월 중순에 김씨는 국내에 없고, 해외 도피 중이었으며 경찰과 검찰은 김 대표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당시 검찰은 해외로 도피한 김 대표에 대한 단서를 잡지 못한 상태였는데, 나 후보측 해명에 의하면 김필배 대표가 가족을 통해 이사장(나경원 후보 부친)측에 이사 사임서를 냈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이 자신을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사립학교 이사 사직서를 보냈다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된다. 만약 그가 정말로 사임서를 내기 위해 가족을 통해서라도 연락을 했다면, 홍신학원측은 김 대표 검거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수사당국에 알리지 않은 것이 된다.

도피 중인 수배자가 굳이 다른 사람을 통하여 사임서를 제출하였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사직서를 받은 뒤 신고하지 않고, 외부에 공개하지도 않았으며, 곧바로 처리하지도 않았다는 것 역시 국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서울교육청 담당자의 설명은 나경원 후보측의 해명과 약간 다르다. 홍신학원이 김필배 이사의 해임을 서울교육청에 보고한 것은 맞지만 김필배 대표가 이사 사임서를 제출한 것은 5월 중순이 아니라 4월 2일이라는 것이다. 몇 년 전 일도 아닌데, 나경원 후보측과 서울시교육청이 밝힌 사임 날짜가 한 달 이상 차이 난다. 이는 나경원 후보측의 해명이 거짓이거나 김필배 이사의 사직서 날짜가 조작되었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김필배 대표 관련 의혹, 정확하게 설명해야

▲ 인사하는 나경원 후보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인근에서 출정식을 갖고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사실 이번 일은 홍신학원측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도피 중인 김필배 대표가 이사 사임서를 제출하여 해임하였다"고 먼저 공개해야 했다. 만약, 김필배 이사의 사임이 세월호 참사 때문이라는 이유를 알고도 쉬쉬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이라면 홍신학원측은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시교육청 담당자 말대로 이사 사임서가 4월 2일 제출된 것이 맞다면, 홍신학원이 두 달이나 지난 6월 5일에야 김 대표를 이사직에서 해임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립학교 이사의 사임은 이사회 의결 같은 별도 절차 없이 사임서를 제출한 날부터 곧바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공보실이 24일 "4월 20일께 구원파 유병언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김필배 대표가 지목됐다"며 "중요한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한 달 반 이상을 그대로 홍신학원 이사로 방치하고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이에 대해서도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공세를 높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물론 나경원 후보는 김필배 대표가 유병언 회장 측근인지, 구원파였는지 알지 못했을 수 있다. 그래서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경원 후보는 이미 두 번이나 국회의원을 지낸 공인이다. 때문에 항간에서 일고 있는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사실을 밝혀줘야 마땅하다.

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