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참사 후 여객선 안전점검도 부실투성이라니
안전관리 규정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더라도 일선 현장에서 지키지 않으면 사고 예방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관리 규정이나 매뉴얼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장에서 평소 규정이나 매뉴얼을 잘 지키도록 하려면 철저한 관리감독과 처벌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세월호 침몰사고는 예견된 인재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안전관리 소홀로 엄청난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연안 여객선들은 여전히 위험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30일까지 해양경찰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현재 운항 중인 173척의 연안여객선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그제 밝혔다. '뒷북 점검'이란 비아냥거림도 나오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긴급 안전점검마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S 보도에 따르면 합동 안전점검 첫날인 22일 낮에 점검을 받은 한 여객선을 밤에 타 봤더니 안전관리가 엉망이었다. 화물칸의 차량들은 바닥에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은가 하면, 구명조끼는 풀기 쉽지 않은 비닐에 꽁꽁 싸여 3등칸 가장 안쪽에 있더라는 것이다. "점검 당시 화물칸에 차량이 없어 고정 장비 유무만 확인했다"는 해경 관계자의 말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앞서 세월호 사고 직후 MBC가 남해안을 운항하는 한 여객선의 안전 실태를 취재한 결과는 더 가관이었다. 적재 차량의 바퀴를 모두 결박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항해사 면허도 없는 갑판장이나 갑판부 선원이 번갈아 가면서 키를 돌렸다. 탑승 인원과 적재 차량 대수도 관련 서류에 기록돼 있지 않았다. 또 선장이 매일 작성해야 하는 안전점검 일지 두달치 분에는 해운사 측 안전관리자의 서명이 빠져 있었다. 여객선 입·출항 시 안전점검이 얼마나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단언컨대 그 여객선만 그런 것은 아닐 터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하나둘 드러나는 여객선 운영 실태를 보면 안전관리는 사각지대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먼저 운항 회사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관리를 거의 내팽개치다시피 했다. 그런 회사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인 해수부나 해경 등도 여객선의 안전점검을 소홀히 했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 후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벌이는 긴급 점검에서도 '전시행정' 행태를 보이고 있다. 만연한 위험 불감증을 없앨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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