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재난대응 총체적 부실 '국민 가슴 뻥뚫려'

2014. 4. 21. 05: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BS노컷뉴스 구용회 기자]

↑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지 나흘째인 19일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기다림에 지쳐 쓰러진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창원기자

여객선 세월호 침몰 첫 신고가 4월 16일 오전 8시 58분 접수된 지 엿새째를 맞고 있지만 단 1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하는 정부의 재난구조 대응을 보면서 국민들의 가슴이 뻥 뚫리고 있다.

시민 정모씨(43)는 " '도대체 어디서 부터 잘못됐나'라는 생각을 할 즈음 '우리 대한민국이 이 정도 수준 밖에 안되는 나라 였나'라는 자조감이 물밀듯이 밀려온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법에 근거해 재난대응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를 작동시켰다.

하지만 3류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수습 역량'을 보여주다가 스스로 문을 닫아버리더니 이번에는 법에도 없는 '국무총리 대책본부'라는 것을 만들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 안일한 '초동대처'에 계속 꼬이는 재난 대응

세월호 침몰이 대형 침몰사고로 발전한 가장 큰 이유는 배를 버리고 떠나버린 선장과 선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들이 적절하게 대응했다면 무려 3백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하는 대형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장 못지 않게 정부의 재난 구조대응 또한 무책임의 극치였다.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해경 등 구조선이 사고 현장에 달려갔지만 위기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구조선에 실린 장비나 인원은 형편 없었다. 사실상 구조원들이 배만 끌고 맨몸으로 달려간 것이다.

여객선이 전복되는 상황에서 구조 로프라도 준비했다면 생존에 필요한 사고 초기, 금쪽 같은 시간인 이른바 '골든타임'에 로프를 이용해 선박 안에 있는 생존자를 구할 수 있었지만 배에서 뛰어내린 승객들만 구조하는데 급급해야 했다.

특히 여객선이 완전 침몰하기 전, 여객선 곳곳에 긴 로프를 연결해놓았다면, 잠수부들의 안전을 위해 '생명선'을 설치하는데 사흘이나 되는 중요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난 구조전문가들은 "가라앉은 배 선수에 달아 놓은 공기부양주머니(리프트백)도 선수가 물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작업을 했더라면 배가 가라앉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었을 뿐 만 아니라 작업도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정부 재난대응 컨트롤타워인 '중대본'은 사고 초기부터 실종자 구조를 위한 실질적 지원이나 독려를 하는 대신 여객선 탑승자와 구조자 수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나가 있는 해양경찰청 관계자들을 닦달해야 했다.

중대본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대규모 재난에 관한 사항을 총괄.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돼있지만 '보고를 위한 보고 체계'에 몰두하다가 사고 초기 실종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만 것이다.

↑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상에서 군.경 합동 구조팀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성호기자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사실상 해체된 '정부 재난대응 컨트롤 타워'

정부의 무능은 법적기구인 '중대본'을 스스로 유명무실화시킨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사고접수 후 한 시간 가까이 지나 꾸려진 중대본은 각 기관이 보고하는 숫자를 모으는 역할 밖에 하지 못했고 그나마도 부정확하고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여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의 분노를 샀다.

또한 정부 중대본과 해경은 16일 사고 발생 뒤부터 18일 '생명선'을 설치하기 전까지 사흘간을 '빠른 조류와 높은 파도, 캄캄한 물속 시계'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이렇다할 구조다운 구조한 번 해보지 못했다.

사고 닷새째를 맞아서야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시신들을 잇따라 발견해내는 등 수색 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사고 초기 정부가 얼마나 무력하게 대응했는 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시민 곽모씨(48)는 "배에서 뛰어내린 사람외에 단 1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하는 재난구조 능력이 서글프고 가족둘이 얼마나 불만이 쌓였으면 청와대에 가겠다고 나섰겠냐"고 말했다.

이처럼 무력한 재난구조에 대해 국민들의 공분이 높아지자 정부는 지난 17일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범사고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범정부 사고재난 대응조직인 '중앙재난안전재책본부(중대본)'의 부실을 자인한 셈이다.

이에따라 체계적 대응을 위해 법으로 만들어 놓은 범정부 재난대응체계를 일순간에 '부정'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고 공무원들이 시스템에 따라 재난 대응을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의중과 지시만을 바라보는 현상이 생겼다는 비판도 나온다.goodwill@cbs.co.kr

[여객선 침몰]"에어포켓이라던 곳은 기름통?" 진실은…

[여객선 침몰]한기호, 유가족 분노 외면…"좌파 제거해야"

[여객선 침몰] 헹가래에 폭탄주 회식까지…정신나간 새누리 후보들

[여객선 침몰]박 대통령 "하나님이 침몰사고 가족과 함께 하시길 기원"

[여객선 침몰] '선거 연기론까지?'…지방선거도 후폭풍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