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화물 적재 방식이 배 전복 위협한다

임소형기자 2014. 4.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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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로 본 위험 요소평형水 양·선박 형태와 함께 균형 잡아주는 3대 변수좌초 시 승객들의 움직임은 큰 배 기울어짐에 영향 못 미쳐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선박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급격한 변침(항로 전환)이 침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선박이 방향을 갑자기 바꾼다고 해서 다 전복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결국 문제는 균형을 얼마나 잘 잡느냐다. 큰 배가 균형을 유지하는 데는 수칙이 있다. 따라서 세월호가 이 수칙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분명하게 따져야 한다.

선박평형수 제대로 실었나

대형 선박이 균형을 유지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선박평형수 ▦배의 형태 ▦화물 적재 방식 등 크게 3가지가 꼽힌다.

배에 승객이 타거나 짐을 실으면 그 무게 때문에 선체가 물에 잠기면서 무게중심이 수면 근처까지 내려간다. 반대로 승객이 하선하거나 짐을 내리면 잠겨 있던 선체 일부분이 물 밖으로 나오면서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간다. 이때 프로펠러 일부가 수면 위로 나올 만큼 선체가 떠버리면 전복 위험이 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대형 선박 바닥 안쪽에 큰 탱크를 둔다. 짐을 내려 선박이 가벼워지면 바닷물을 채워 선체를 안전 수준으로 잠기게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채우는 물을 선박평형수(밸러스트수)라고 한다. 유조선, 화물선, 여객선 등 사람이나 화물을 싣고 내리는 큰 배는 선박평형수가 안전 확보의 필수요건이다. 대개 20만톤급 유조선에는 5만~7만톤, 12만톤급 화물선에는 3만~4만톤 선박평형수를 채운다. 세월호 역시 선박평형수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승객이나 화물을 가득 실었을 때 선체가 잠긴 높이와 비었을 때 높이 사이에 수면이 위치하도록 선박평형수를 채워야 안전하다고 본다. 하지만 선박평형수의 양은 배의 크기와 모양, 화물 상황 등에 따라 계산해야 한다. 세월호의 선박평형수 탱크에 이상이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선박평형수가 필요량만큼 정확히 실렸는지 확인해야 할 이유다.

화물 적재 제대로 했나

여객선은 대체로 밑부분이 뾰족한 반면 화물선은 뭉툭하다. 하단이 뾰족하면 상대적으로 더 빠르다. 여객선은 대부분 속도를 높일 수 있게 하단을 날렵하게 설계한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균형을 잃었을 때 아랫부분이 뭉툭한 배가 균형을 되찾는데 유리하다. 그렇다고 해도 하단의 형태가 선박 전체의 균형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그리 크지 않다. 하단을 날렵하게 해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설계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선박의 균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화물 적재 방식이다. 가령 여러 항구를 거쳐 항해하는 대형 화물선은 화물마다 무게가 다르고 내려 놓아야 할 장소도 다르다. 당연히 먼저 내릴 화물은 바깥쪽에, 무거운 화물은 아래쪽에 싣는다. 그러나 이런 기본을 지켜 배 전체의 균형을 맞추면서 화물의 위치를 빠른 시간 안에 정하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화물 적재 전문가(로드 마스터)의 존재 이유다. 이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 최적의 위치를 찾아 화물 적재를 지휘한다.

그러나 세월호는 대형 화물선처럼 도중에 서지도 않고 장거리를 운항하는 배도 아니다. 게다가 승객 위주다. 화물을 실을 때 전문가가 꼼꼼히 확인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과적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이동곤 미래선박연구부장은 "몸무게 60㎏인 어른이 100명 타도 6톤에 불과하기 때문에 승객의 수나 분포는 수천 톤에 달하는 여객선의 균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심지어 한쪽 객실이 다 비어도 별 문제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직전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이동하지 말고 객실에 있는 게 더 안전하다고 한 방송은 과학적으로 따져도 근거가 없는 셈이다.

이에 비해 무거운 화물은 그 수가 적어도, 한쪽으로 쏠리면 배 전체의 균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방향을 바꾸기 위해 배를 돌리는 동안에는 선회 반경과 배의 속력, 무게중심의 위치 등에 따라 바깥쪽으로 기울어지려는 원심력이 생긴다. 이때 화물이 처음 적재된 자리에서 벗어나 한쪽으로 쏠리면 선회가 끝나고 원심력이 사라져도 배가 기울어진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세월호의 침몰 직전 상황이 이와 유사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공학자료 확인해야

하지만 이제껏 제기된 침몰 원인들은 추측일 뿐이다. 세월호가 왜 균형을 잃고 전복됐는지 등은 상세 도면과 보고서 등을 확인해야 알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해양수산부는 사고 직후인 16일 도면을 공개했다. 하지만 그 도면은 배 어디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배치도였을 뿐이다.

이 부장은 "화물 적재 방식에 따른 무게중심의 이동, 개조 전후 무게중심의 변화 등을 계산한 전문가용 로딩 컨디션 북을 살피는 게 시급하다"며 "이 같은 유형의 자료는 통상 한국선급(선박 안전을 관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ㆍ세월호 정기검사 수행)이 관리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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