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거역땐 吉사장 본인도 못 살아남는다 했다"

신동흔 기자 입력 2014. 5. 17. 03:00 수정 2014. 5. 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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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 비교 논란으로 사퇴한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이 사퇴 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폭로하면서 KBS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김 전 국장은 16일 KBS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기자총회에 나와 자신이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길환영 KBS 사장이 보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며 사퇴를 주장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기자회견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세월호 유족들의 항의에 대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으나, 사장이 청와대의 전화를 받고 사퇴를 요구하자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길 사장이 사퇴를 종용하며 이를 거역하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전 국장은 이날 (길 사장의) 구체적인 보도 개입 사례도 밝혔다. 그는 "정치를 제외하고는 거의 개입이 없었고 매우 독립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 부분은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는 1년 동안 허니문 기간은 비판 자제였고, 2월 25일 허니문 끝나고서도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 여당 비판도 제가 기억하기로는 한 차례만 있었다"면서 "마찬가지로 민주당 비판도 하지 못했다. 민주당도 비판의 대상에서 성역이 돼버린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재직하는 동안 청와대로부터 전화는 받았지만, 소화를 하거나 걸러 내는 것은 바로 보도 책임자, 경영진의 소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자체를 문제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김 전 국장은 "뉴스에 대한 개입을 안 했던 사장은 정연주, 이병순 전 사장이었고 두 사람은 가편집, 뉴스 큐시트 받지 않았다"며 "뉴스 큐시트를 받기 시작한 게 김인규 전 사장이고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가장 비판적인 게 KBS였다"며 "정부 쪽에서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 번 요청했지만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우리가 많이 비판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청이 잘 안 받아들여지니까 사장을 통한 루트로 전달됐다"며 "5월 5일 사장 주재 모임에서 해경에 대한 비판은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 들어 청와대 모 인사가 특정 기자를 청와대 출입기자로 발령낼 것을 요구했는데 당시 보도국 간부들이 모두 그 요청에 반대했다"고 했다.

김 전 국장은 "국정원 수사 관련 기사에 일부 순서를 좀 내리라는 사장의 주문이 있었을 뿐 단독 기사를 빼거나 한 적은 없었다"고 했고, "대통령 관련 뉴스는 러닝타임 20분 내로 소화하라는 사장의 원칙이 있었다"고도 했다.

이날 기자총회에 앞서 KBS 보도본부 부장단이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한꺼번에 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KBS 부장 19명은 '보도본부 부장단 일동' 명의의 성명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다가 그들이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자 태도를 바꿔 머리를 조아린 길 사장의 행보를 보면 김 전 국장의 폭로를 사실로 받아들일 만하다"면서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김 전 국장에 대해서도 "사장의 지시를 받아 KBS 보도를 직접적으로 굴절시킨 책임자는 당신"이라며 "공영방송 KBS의 보도 책임자로 부적격자였음을 지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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